급증하는 노후 의료비...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요?

<숫자 한국>의 저자 박한슬 약사가 전하는 노후 의료비 최소화 방안들
이의현 기자 2025-06-20 09:08:16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나이 들수록 더 자주 찾는 곳이 병원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지난해 말로 20%를 살짝 넘겼는데, 이들이 쓰는 의료비는 전체의 45% 안팎에 육박한다. 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550만 원 수준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비용은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처럼 평생 달고 사는 만성질환이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에 들어간 연간 진료비가 약 4조 6000억 원, 당뇨병이 약 3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보장률이 65% 정도에 불과해 본인 의료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숫자 한국>의 저자 박한슬 약사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노후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박한슬 약사는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인 ‘비급여’ 문제를 지적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는 않는, 반쯤은 필수적인 의료행위들이다. 이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체감하실 수 있는 장소가 ‘치과’라고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충치 치료 시 가장 저렴한 ‘아말감’ 정도뿐이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 규모는 정확한 파악도 어려워 연간 22조 원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연간 건강보험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에 쓰는 돈이 100조 원 가량이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을 모두 앓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는 남편과 뇌졸중 후유증으로 혼자 외출이 어려운 부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두 사람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평균 2억 원 안팎이 된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병원비 외 지출이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손보험이 일부 도움이 되어 왔지만 점차 보장 범위를 줄여가는 추세인데다 최근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오히려 보장 범위가 좁아져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긴 하지만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역시 오르는 구조다. 이러니 노인들은 보험료가 치료비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 약사는 “노후 의료 대비에도 재정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의 ‘의료비 폭탄’에 대비하려면 나름의 재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손 보험 외에도 진단비 특약, 간병비 특약 같은 상품으로 공적 보장이 비어 있는 구간을 메워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노후 의료비에서 자주 빠뜨리는 것이 간병비용이라며, 간병 보험을 별도로 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퇴직연금과 IRP에서 의료비를 중도인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연 급여의 12.5%를 초과하는 의료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리 연금 수령 시점을 미리 조정해두거나, 의료비 목적의 자금 흐름을 별도로 설계해두는 편이 낫다고 권고했다.

기존 정책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의 ‘본인부담 상한제’라는 제도를 통해 고액 진료비 중 일부를 환급받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2024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는 연간 87만 원까지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단, 소득 10분위 이상은 상한액이 800만 원으로 잡혀 있다고 했다.

박 약사는 무엇보다 건강관리가 최고의 재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덜 아프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만큼 확실한 의료비 재무계획도 없다”고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 결과를 인용해, 체력인증 1등급 사람은 ‘참가 수준’ 체력인 사람보다 연간 의료비가 평균 50만 원 이상 적게 들고, 심혈관질환 위험은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전했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의료비와의 끝없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예방과 재정적 대비라는 두 개의 대응책을 잘 준비하면, 늦게까지 아프지 않고 오래 살면서도 지갑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노년기의 건강과 좋은 생활습관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최선의 방도라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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