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인 고립 막기 위해 4개 '노인 커뮤니티' 모델 추진 '주목'

이경원 텍사스 주립대 교수 "우리도 고급 실버타운보다는 함께 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더 필요"
이의현 기자 2025-08-29 08:44:11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년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흔히 보게 된다. 초고령 사회가 이른 일본이나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른바 ‘독거노인’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27%가 혼자 살아가고 있으며, 이 비율은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최근 들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결국 자연스럽게 미국의 가구 구조를 점점 더 1인 가구화로 이끈다. 이제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가족의 해체나 이혼율 증가, 재혼 감소, 미혼 상태 유지 등 변화된 가족 형태 속에서 ‘노년 고립’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이유로 노후에 가족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 독립을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관과도 맞물린 결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고령층의 고립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해선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고립은 담배를 하루 15개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도 독거 노인은 외로움이나 우울증에 더 취약하며 특히 심장 질환이나 치매, 조기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독거노인은 주거비나 의료비, 돌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미국 사회에서는 독거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모델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경원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노인 고립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고안된 4개 커뮤니티 유형을 소개해 주목을 끈다.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독거노인을 위해 ‘더불어 사는 커뮤니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빌리지 모델(Village Model)이 눈길을 끈다. 단독주택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호응이 크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노인 마을을 만들어, 한 동네에 사는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연결되어 적은 회비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소한 모임을 통해 사회적인 교류 및 새로운 관계 형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문을 닫는 지역 쇼핑몰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확산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OSU)의 에밀리 로버츠 박사가 폐쇄된 오클라호마시티의 크로스로드 몰을 빌리지 모델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제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기존 건물의 인프라와 넓은 공간, 접근성 등을 십분 활용해 야외 정원과 산책로, 치매 친화적 지형지물 등을 통해 주민 간 연결성과 공간 인식을 높이는 설계가 이뤄졌다. 공공·민간협력(PPP)을 통해 사업을 실현하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협회(ASID) 등으로부터 연구 지원금까지 확보해 개념 발전과 실행 가능성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모델은 NORCs(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ies)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은퇴 커뮤니티이다. 본인들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노인 친화적 동네로 만들어주는 데 특장점이 있다. 마을 전체가 고령화되어 자연스럽게 노인 인구가 몰린 곳을 선정해, 그들에게 맞는 지원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빌리지 모델과 다르다.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세 번째 모델은 쉐어드 하우징(Shared Housing)이다. 방은 따로, 거실과 주방은 함께 쓰는 공동 주거주택 개념이다. 호스피스 케어가 이러한 공동주택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작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여생을 보내다가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고 한다. 

네 번째 모델은 ‘세대 간 주거(Intergenerational Living)’ 형태다. 대학가 근처에 많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집을 가진 노인은 저렴한 임대료에 학생 등 청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청년들은 대신 노인의 정서적 지원자가 되어 주거나 간단한 도움을 제공하는 형태다. 세개 간 교류와 상호 도움이 가능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경원 교수는 “이런 주거형태에서 우리는 본인의 의견과 자유를 중시하며 혼자 살지만 진짜로 혼자가 아닌 삶을 추구하는 미국 고령자의 삶을 볼 수 있다”며 “우리도 노인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 아래, 지역 기반 커뮤니티 모델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심형과 전원형으로 나뉘는 대다수의 실버타운이 점점 호텔형 레지던스 등으로 고급화되어가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새로운 주거 형태가 단순히 고소득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다양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모델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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