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과정서 갑자기 나타나는 ‘노쇠’ … 나는 얼마나 늙고 있는 걸까

이의현 기자 2025-09-15 07:50:0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몸이 영 예전 같지 않아…”라며 한 숨을 내쉬는 중·장년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그러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마인드가 오히려 노화를 더 재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근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년의 체력과 근력,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만도 사실은 간단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노화’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노쇠’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 문득 문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노쇠’란 노화 진행 과정에서 정신 및 신체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럴 때마다 ‘이제 나도 늙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그 때부터 자신감과 의욕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실제로 노화가 더 빨라지게 된다고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스스로 자신의 노쇠 진행 상황과 노화 단계를 인지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가장 보편적인 테스트 법 ‘프리드 노쇠 기준’

이럴 때 자신의 노쇠 여부를 자가 진단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테스트 법으로 ‘프리드 노쇠 기준(Fried’s Frailty Criteria)’이 있다. 체중, 체력 등 보편적인 5가지 주요 지표를 기본으로 노쇠 여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기본 안에서 최근에는 변형된 안 까지 조금씩 평가 항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음의 항목에 해당하는 지를 살핀다.

첫째, 최근 6개월(혹은 1년) 이내에 의도치 않게 체중이 4.5kg 이상 또는 5% 이상 줄었다. 둘째, 하루에 10분 이상 계속 걷기 힘들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셋째, 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느낀다. 넷째, 활동량이 줄고 적극적인 신체활동을 기피해 최근 일주일 동안의 활동 열량이 하위 20%에 그쳤다. 다섯째, 성별과 5등분 체질량지수(BMI)를 보정한 ‘악력’이 하위 20%에 해당한다.

이상 5개 항목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노쇠’ 상태로 평가된다. 1~2개만 해당되어도 ‘전 노쇠’ 상태로 분류된다.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일단 ‘염증 노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따라서 당장이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도 해당 사항이 없으면 당연히 ‘건강’ 상태로 평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한국형 노쇠 자가 진단법도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별도의 노쇠 자가 진단법도 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이라는 단체에서 탈진과 근력 감소, 보행속도 저하, 신체 활동량 감소, 체중 감소 등의 현상을 기초로 제시한 노쇠 자가 측정법이다.

먼저, 탈진 항목에서는 ‘지난 일주일동안 모든 일을 힘들게 느낀 날이 며칠인가’하고 잘문한다. 여기에 ‘극히 드물거나 가끔 있었다’면 0점, ‘종종 혹은 대부분’ 이었다면 1점을 매긴다. 근력감소 항목에서는 ‘혼자 쉬지 않고 10계단을 오를 때 힘이 드나’라는 질문을 준다. ‘아니면’ 0점이고 ‘그렇다’면 1점을 준다. 

보행속도 항목에서는 ‘약 400m의 운동장 한 바퀴 걷기를 할 수 있나’를 묻는다. ‘전혀 어렵지 않다’면 0점, ‘그렇지 않다(어렵다)’면 1점이다. 최근 1주일 동안 빨리 걷기나 청소,육아 같은 중간 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1회 이상 했다면 0점, 안 했다면 1점을 준다. 

마지막으로, 체중이 작년보다 4.5㎏ 이상 준 적이 없으면 0점, 있으면 1점을 준다. 이렇게 정체 총점을 내어 3점 미만이면 정상이다. 하지만 3점 이상이면, 다시 말해 5개 항목 가운데 3개 이상에 해당이 되면 ‘노쇠가 의심되는 단계’라고 평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9단계 ‘임상 노화 척도’ … 내 노쇠 정도는

덜 하우지 대학의 록우드 교수팀이 개발한 ‘임상 노쇠 척도(Clinical frailty scale)’라는 체크리스트가 있다. 신체활동 능력과 일상 수행능력 등을 종합 고려해,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매우 건강함’부터 ‘말기환자’까지 9단계로 분류한 ‘노쇠 자가 진단표’다. 자신은 어디에 해당되는 지 한번 살펴보자.

먼저, ‘Very Fit’는 같은 나이대에서 ‘가장 건강한’ 상태다. 근력이 좋고 매사에 의욕과 활력이 넘친다. 대부분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두 번째, ‘Well’은 ‘건강한' 상태다. 특별한 질환은 없지만 아주 건강한 정도는 아니다. 세 번째, ‘Managing Well는’ ‘양호한 건강' 상태다. 질환이 있어도 잘 관리하는 편이다. 대체로 격렬한 운동보다는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을 선호한다.

네 번째, ‘Living with very mild frailty’는 ‘아주 경미한 노쇠’ 상태다. 일상에서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느껴지는 단계다. 다섯 번째, ‘Mildly frail’는 ‘경미한 노쇠’ 상태다. 눈에 띄게 느려지고 혼자 걷기도 어려워져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여섯 번째, ‘Moderately frail’는 ‘중증 수준의 노쇠’ 상태다. 집안에서도 모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계단 오르내릴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시기다.

일곱 번째, ‘Severly frail’는 ‘중증 노쇠’ 단계다.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온전히 늘 주변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다. 여덟 번째, ‘Very severly frail’는 ‘초고도 노쇠’ 단계다. 전적으로 일상을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태다. 아주 작은 질환에도 회복력이 떨어져 쉽게 낮지 않는다. ‘Terminally ill'이 마지막 아홉 번째,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다. 6개월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1단계인 ‘Fit’부터 3단계인 ‘Managing Well’까지는 대체로 노쇠와 거리가 있는 상태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노후 건강을 성취하려면, 이들 단계 때부터 자신의 건강 상태와 노화 진행 속도 등을 잘 파악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동네 주치의’와 수시로 자신의 노쇠 혹은 노화 상태를 체크하고, 각자 수준에 맞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노쇠 증상 한 두개 왔다고 기죽지 말라…오히려 기회로 삼아라” 

전문가들은 혹시라도 언제든 노쇠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결코 기 죽지 말라고 주문한다. 갑자기 나타나는 몇 개의 노쇠 증상만 가지고 지레 절망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열패감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의 그릇된 생활습관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찾아 새롭게 실천에 나서라고 주문한다. 

노화·재활전문 물리치료사로 <4050 생활습관 리셋>을 쓴 안병택 작가는 “우리의 목표는 건강하게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나이 드는 것”이라면서 “40대나 50대부터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스스로 몸을 돌보며 자신의 노쇠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노년을 맞을 준비를 하자”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노쇠 예방과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말한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 습관은 근육량을 늘려 근감소증과 노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밀한다.

특히 ‘지금’이 노쇠와 노화 예방에 나서기에 가장 빠른 시기라고 강조한다.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을 예방 및 치료하고 노화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비법’이자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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