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상태를 알면 신체의 문제를 알 수 있다?
2025-06-13

100세 시대를 끝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정말 꿈 같은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준비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면 그 역시 행복한 삶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엔딩 맵’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 웰다잉(well-dying)을 미리 설계하는 작업이다.
엔딩맵은 자신은 물론 남겨지는 가족들에게도 큰 짐을 덜어주고 불필요한 지출이나 논란을 막아준다. 이른바 ‘홈 옵저버(방구석 관철자)’를 자처하는 서윤미 작가가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라는 신간을 통해 죽음을 의미있게 준비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 ‘나 만의 엔딩 맵’부터 만들자
가장 먼저, 나의 현재와 미래 재정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자신의 자산, 그리고 5년 후의 경제적 목표나 자산 증식 계획 등을 작성한다. 보유 부동산은 물론 물론 금융자산에 부채까지 정확하게 확인해 작성한다. 혹시라도 본인의 사망 후에 그 자산을 누구에게 양도할 것인지도 기재한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 가운데 믿을 만한 이에게 그 사실을 알려, 추후에 빚어질 수도 있을 재산 분쟁 등에 대비한다.
다음은 법적 준비가 필요한 사안들을 정리해 둔다. 본인의 상속 재산이 자신의 의사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공공히 해 두는 것이다. 자신의 유언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들을 엔딩 맵에 기재를 해 두면 부수적인 효과도 뒤따른다. 노후 부양을 약속하고 미리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들이 약속을 어기고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에 원래대로 돌려 놓을 수 있다.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생길 때에 대비해 급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정리해 둔다. 평소 진료를 자주 본 가까운 병원이나 응급 서비스 연락처도 미리 잘 보이는 곳에 적어 놓는다. 특히 가까이에 언제든 달려와 줄 수 있는 지인과 이런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평소 복용하던 약이나 비상약도 쉽게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덕분에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도어맨, 보안 카메라 등을 통해 위급 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기초 지자체에서 독거 노인 가구에 대한 안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해도 응급 상황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언제나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지인 몇 명 정도 확보해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내 삶의 마무리는 내가 미리 결정해 둔다

암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준다. 병원에서 전문화된 서비스를 받는 병원 호스피스 제도, 집으로 의료진이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해 주는 재가 호스피스 제도, 그리고 독립된 전문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호스피스 제도가 있다.
최근 암 환자가 늘고 있어 호스피스 공급이 달릴 것 같지만, 아직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탓에 말기 암 환자의 경우도 실제 이용률은 30%에 못 미친다고 한다. ‘호스피스=죽음’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삶을 좋게 마무리하고, 특히 가족들에게 간병 부담을 덜 지우려면 스스로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도 고려해 볼 대상이다. 최근 의료기관에서도 사전에 보호자들과 이 문제를 미리 상의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위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 수혈 같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확약서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스스로 미리 의료진과 가족에게 분명한 의사를 전달해 놓고 문서로 작성해 두면 좋다.
사전연명치료 의향서와 사전 연명의료 계획서 둘 중 어느 하나도 작성하지 않고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게 되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연명치료 없이 존엄한 삶의 마감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 가족 모두가 합의할 때까지 연명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자칫 경제적 부담과 함께 환자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장례 계획도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은 영정 사진 마련이다. 본인이 가장 평소에 좋아했던 사진을 미리 골라두면 가족들이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요즘은 본인이 죽어서 입을 수의도 미리 정해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적절한 가격대로 미리 선정해 두면, 남은 가족들이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火葬) 여부도 미리 유언해 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납골당이든 일반 봉분이든 거의 대부분 화장이 필수다. 장기기증 여부도 미리 결정해 두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미리 의사를 확실히 전달해 두거나 장기기증 서약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두면 도움이 된다. 장기기증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신청할 수 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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