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복탄력성' 어느 정도?
2025-07-01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만사에 지치다보면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인데,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다. 과연 무엇이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것에 크게 호기심을 느낄까.
왕성한 호기심은 사람을 덜 늙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저속 노화’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 보고도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 가졌던 그런 호기심이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애꿎은 세월 탓만 하게 된다.
자신이 예전과 비교해 얼마나 호기심을 느끼는 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현재의 나와 호기심이 가장 왕성했을 때의 나와를 비교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호기심의 뇌과학>를 쓴 뇌 전문 의학박사 가토 도시노리가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모두 여덟 개 뇌 섹터와 관련한 항목 별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각 문항에 대해 자신에게 해당하면 ○, 대체로 해당하면 △, 해당하지 않으면 ×를 표기한다.
첫 번째, 사고계 뇌 섹터다. 생각하기 영역이다.
-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을 구상할 때 설렌다
- 많은 정보를 체계화하는데 자신이 있다
- 실행보다 사고와 구상을 더 즐긴다
두 번째, 전달계 뇌 섹터다. 전달하기 영역이다.
- 글을 쓰거나 설명하는 활동이 즐겁다
-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발표하는 데 능숙하다
- 친구나 동료와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
세 번째, 운동계 뇌 섹터다. 움직이기 영역이다.
- 만들기, 조립, 손을 쓰는 정밀 작업을 좋아한다
- 파티나 행사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 자주 움직이고 잘 돌아다닌다
- 네 번째, 감정계 뇌 섹터다. 느끼기 영역이다.
- 아침마다 할 일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요즘 해보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다
다섯 번째, 이해계 뇌 섹터다. 이해하기 영역이다.
- 주변 분위기나 사람의 가분을 잘 읽는 편이다
- 새로운 정보나 기술에 빠르게 적응한다
- 방이나 책상 정리를 잘하거나 자주 한다
여섯 번째, 청각계 뇌 섹터다 듣기 영역이다.
- 주변에서 고민 상담을 자주 요청받는다
- 일상적으로 음악을 즐겨 듣는다
- 타인의 말을 잘 기억하고 반영하려 한다
일곱 번째, 시각계 뇌 섹터다. 보기 영역이다.
- 가족이나 지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풍경이나 인물 사진을 자주 찍는다
- 봤던 것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재현한다
여덟 번째, 기억계 뇌 섹터다. 기억하기 영역이다.
-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을 잘 기억한다
- 특정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할 수 있다
- 어릴 적 기억이 자주 떠오르고 생생하다

이상에서 현재의 합계와 과거의 합계를 낸다. ○은 2점, △는 1점, ×는 0점을 계산해 합산한다. 8개의 뇌 섹터별로 점수를 합산해 각각 6점 만점으로 소계를 해 계산한다. 현재와 과거 전체 점수를 합산해 총 48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뇌 섹터별로 과거에 비해 호기심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를 알 수 있고, 뇌 섹터별로 호기심의 강약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관심이 없었던 영역, 최근들어 새롭게 관심이 생긴 영역을 알 수 있고, 현재의 호기심이 어느 기능에 집중되고 어떤 기능은 소외되고 있는 자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가토 도시노리 박사는 “호기심을 잃은 뇌는 10년 빨리 늙는다”며 “지금 사용하는 뇌가 당신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사용하지 않은 뇌 섹터에 새로운 호기심 에너지를 투입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섹터에 신선한 호기심 자극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점수가 낮은 섹터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자극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그 안에는 자신도 모르게 지나쳤던 자신의 성향이나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내면의 의문에 대한 실마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호기심이 줄어든 상태를 지각하지 못한 채 일상을 반복할 경우, 미사용 섹터는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뇌의 기능은 더 빠르게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각과 시각 기능이 약화되고 기억력과 사고력 저하로 이어지는 일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호기심이 사라지면 ‘욱하는 노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이 레벨 체크리스트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러면서 뇌 섹터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예로, 감정 섹터의 경우 가장 즐거웠던 일 10가지를 떠 올려 적어볼 것을 권했다.
사고 섹터에서는 오늘 꼭 하고 싶은 하루 목표를 하나 정해보라고 했다. 전달 섹터에서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창작 요리에 도전해 보고, 운동 섹타에서는 평소 쓰지 않던 손으로 양치질을 해 보라고 권했다. 그런 변화가 뇌에 자극을 주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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