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핵심으로 부상한 ‘액티브 시니어들’… 어디에 돈을 쓰고 어떤 노후를 대비하고 있나

베스트셀러 <숫자 한국> 저자 박한슬 약사가 전하는 60대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성향
이의현 기자 2025-07-18 11:18:31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제 60대는 소비 시장의 큰 손이다. 배우고 쓰는 데 적극적인 새로운 소비 계층 ‘액티브 시니어’ 들 덕분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봐도, 60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018년 240만 원에서 2023년 293만 원으로 늘어 연평균 5.1%의 증가율을 보여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소비증가율 4% 안팎을 크게 앞섰다. 2024년 이후로는 더 높은 신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60대면 대부분 은퇴 이후라 고정적인 근로소득이 줄어들 연령층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며 산다. 60대의 평균소비성향은 2018년 73.1%에서 2023년 69.5%로 내려왔다.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역시 저축할 여력이나 금융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숫자 한국>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박한슬 약사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최근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부상 중인 ‘액티브 시니어’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동향 및 패턴을 잘 분석한 글을 기고해 주목을 끈다. 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70대와 확연히 다른 60대… 남녀 여가 활동 차이도 극명

70대 후반 이상에서는 아직도 하루 여가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TV 시청에 할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60대 초반은 매우 다르다. 2022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의 월 평균 여가활동 참여 횟수는 15.2회로 70대(13.2회)나 80대(11.8회)보다 현저히 많다.

여가의 형태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70~80대는 TV 시청이나 종교 활동 등 정적인 활동 비중이 높고 대체로 제한된 공간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60대는 걷기나 관광, 외식, 문화예술 관람처럼 능동적인 여가 활동 참여도가 높고 공간적으로도 이동반경이 훨씬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60대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활발하고 다채로운 여가생활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가나 필라테스, 공예, 그림 수업 등 오프라인 취미 강좌에 대한 수요는 60대 여성 중심으로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그 수요는 자녀 양육에서 손을 뗀 시점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60대 남성은 골프나 자전거, 바둑처럼 비교적 고립적인 취미 활동의 비중이 컸다. 커뮤니티 중심의 활동에는 여전히 참여율이 낮았다. 남녀 모두 생활체육 참여율은 50%가 넘지만 성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나이뿐 아니라 성별이나 사회적 관계망, 경제력, 그리고 디지털 적응도에 따라 여가의 모습은 천차만별인 셈이다.

이미지=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 빠르게 성장하는 60대 소비

여가 시간의 재구성이 이렇게 다르게 이뤄지는 것은 소비 구조의 전환과도 통한다. 박한슬 약사는 특히 건강과 여행, 취미, 디지털 소비의 네 가지 영역에서 60대 소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건강과 웰니스 분야는 노년 소비에서 꾸준히 1순위를 차지한다. 건강기능식품, 실버 피트니스, 맞춤형 식단 서비스 등은 의료 소비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60대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이다. 

여행·레저 지출 역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해외여행 수요를 60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항공권 결제 건수만 해도 2019년 대비 139% 이상 증가했다는 카드사 보고도 있다.

취미와 평생교육 영역에서는 특히 문화센터와 주민 강좌, 온라인 클래스 수강률 부문에서 50~60대 증가율이 뚜렷하다.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성장 지향적 여가’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박 약사는 분석했다. 그는 이런 변화들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비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 ‘디지털 약자’ 벗어난 액티브 시니어들 “나 답게”

60대는 아직은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나 모바일 결제 빈도에서 젊은 세대에 뒤진다. 하지만 증가 속도만큼은 가장 빠르다. 2019년 8조 5000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소비 거래액이 2023년에는 28조 원을 넘어섰다. 4년 만에 3.3배 가량이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식품과 의류, 항공·숙박, 생활가전 순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노인은 ‘디지털 약자’라는 인식이 액티브 시니어 세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박 약사는 “과거 노인들의 주된 소비 패턴이 생필품을 포함한 방어적 소비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는 가치 중심 소비, 경험 중심 소비로 전환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액티브 시니어들의 활발한 온라인 소비가 이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고 했다. 

베이비 붐 세대를 포함한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병원비와 공과금, 식비 같은 고정 지출 외에도 골프나 여행, 문화생활, 손주 돌봄, 취미나 학습 활동에 적지 않은 비용을 쓴다. ‘나 답게’ 살기 위한 소비가 나이을 더 먹는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박 약사는 “과거의 노후가 ‘버티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누리는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노후 생활비를 따져보고 싶다면 ‘남들의 평균’이 아니라 ‘나 자신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바라는 노후가 어떤 것인지, 노후에 어떤 활동들을 하며 보내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남들보다 소비를 더 줄이는 삶도, 오히려 대폭 늘리는 삶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