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환자들이 이해 못하는 의료 용어 남발..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조진래 기자 2025-05-05 19:09:43

의학용어가 지나치게 어려워 환자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암 환자 181명과 보호자 119명 등 총 300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관련 의학 용어 56개에 관해 파악한 문해력 조사 결과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 얼마나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와 김나연 종양전문간호사, 삼성융학의과학원 이만경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300명 중 54%인 162명이 항암 치료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의학 전문 용어지만 수치가 나타내주는 의미나 특히 한자 용어 등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답한 의학 용어로는 ‘오심’, ‘진토제’, ‘점막’, ‘장폐색’, ‘체액저류’ 등은 실제로 왠만한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정확한 뜻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용어들 투성이었다. ‘체액저류’가 체내 수분이 신체 조직이나 관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부종으로 나타나는 증상임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의학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2.59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래도 저소득층이나 지방 거주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관련 정보를 검색하지 않은 사람은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본 사람에 비해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4.32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을 앓는 사람, 곁에서 간병을 돕는 사람들이 그 병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기본 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치료나 간병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암 환자 뿐만 아니라 동네 병원에서 내과나 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지병을 치료받는 환자나 가족들 가운데서도 오랜 동안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법이나 처방 약의 효과와 효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학 용어가 대부분 영어 등 외래어라는 점이 의학용어의 문해력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지금이라도 전문 용어나 한자어 사용을 줄여 환자나 가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요즘은 나이 든 시니어들도 디지털화가 많이 진전되어 있는 만큼, 디지털 자료 등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치료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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