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 2026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도 앞서 지난 19일 전원회의를 갖고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최초 안으로 제시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최악에 직면한 경제 상황, 특히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시간당 1만 30원인 최저임금을 14.7% 많은 1만 15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경총은 우리나라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3.4%로,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적정수준 45∼60%는 물론 G7 주요 7개국의 50.1%를 훌쩍 넘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85.6%에 달해 자영업자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정 최저임금액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지난해 12.5%에 달한 가운데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33.9%로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렸다가는 자영업의 근간을 완전히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경영자 측 주장이다.
노동생산성 추이를 보면 더더욱 최저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우리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지난 10년 동안 12.7%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은 90% 가까이 올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에 '생산성'이 최소한의 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설득력을 갖는다.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이 소득분배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근거도 희박하다.
경총과 사용자측의 최초 제안이 나왔으니 이제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것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구조다. 정말 이런 결정을 할 만한 사람들이 나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특히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하는 근로자 측 대표자들의 구성, 그리고 그들의 역할이 과연 최저임금 결정에 적격한 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과연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이 되는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고임금 속에 공고한 기득권을 향유하는 대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세한 기타 근로자들로 나눠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노동시장의 2중 구조를 더욱 가중시키고 공고하게 만드는 것이 기존의 최저임금이라는 역설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위주의 1차 노동시장에 근무하는 핵심 ‘귀족노조’ 대변자들이 과연 노동계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질 않았다. 귀족 노조 대표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바람에 실제 노동현장의 취약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따끔한 지적을 다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지난 문재인정부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결과가 ‘노동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이었음을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워지고 대기업 근로자들만 실속을 차렸다는 비판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저임금 제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저임금 근로자 보호‘가 최우선 목표다. 입법의 최초 목적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제도가 '있는 사람'의 배만 더 불려주는 악법으로 전락해선 안될 것이다. 당장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구조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근로자측 대표들의 마인드부터 달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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