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서울시 ‘9988 프로젝트’ 성공하려면 

박성훈 기자 2025-05-29 08:59:08

서울시가 2040년까지 맞춤형 시니어 주택 2만 3000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울에 사는 노인들이 마지막까지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고령친화 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49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년 동안 3조 4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서울시가 빠르면 7월쯤 거주 인구의 20%가 65세가 넘는 ‘초고령도시’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나온 선제적 조치다. 가뜩이나 노인 빈곤이 이슈가 되고 거주 부실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시니어 주택을 대규모로 조성해 공급한다고 하니 크게 환영할 일이다.

2040년까지 어르신 안심주택 3000호를 비롯해 도시정비형 재개발과 민간 부지 활용을 통해 각각 3000호와 1000호를 공급해 모두 7000호의 민간형 시니어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민간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용적률이나 분양 비율 상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뜻도 밝혔다.

서울시가 사업자 자체운영 외 분양비율을 기존의 20%에서 30%로 확대키로 한 것은 민간의 수익성을 담보해 줌으로써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용적률 상향, 입지 규제 완화, 도시계획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시가 약속한 규제 조치들이 잘 맞물리면 민관 공동의 시니어 주택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민간 건설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하에 성패가 갈려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익성이 담보되고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민간이 참여할 유인책이 될텐데 아쉽게도 아직은 긴가민가 하는 분위기다. 민간 주택 경기가 부진해 활로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이미 시니어 주택 시장에 뛰어든 대형 민간업체들도 다수이고, 특히 이들은 하나같이 고급형을 겨냥하고 있어 서울시와 지향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걸린다. 은평구와 경기도 용인에서 시니어 주택을 짓고 있는 현대건설, 노원구에서 프리미엄 시니어 단지를 조성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한미글로벌이나 롯데건설 등이 그렇다. 

시니어 주택시장의 시장성을 보고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중소형 건설사들도 있지만, 2040년 까지를 목표로 하는 서울시 사업에 선뜻 동참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투자 회임 기간이 길고, 주택 건설 후 사후 관리까지 맡게 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성 자체에 의문을 품는 회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간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촘촘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 등 생활 인프라와 도심 접근성 등이 총체적으로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사업인 만큼, 그에 맞는 보다 실효성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규제완화가 모두 시 조례 개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사업 시행 일정 역시 확실히 약속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서울시의 야심찬 게획이 성공하려면 보다 확실한 선제적 유인책이 약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이에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원 스팩트럼을 넓혀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체감도가 미흡한 느낌이다. 민간 부문의 최대 장점인 효율성과 수익성이 접목되어 서울시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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