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우리 가계의 인당 순자산이 증가해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을 확실히 추월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 상승과 금융자산 증가에 힘입어 1인당 평균 가계순자산이 전년 대비 3%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보유한 순자산의 합인 ‘국부(國富)’ 역시 5%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최악의 경기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믿어야 할 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한은과 통계청은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가계 순자산이 2억 5251만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 1경 3068조 원을 추계 인구 약 5175만 명으로 단순 나눈 값이다. 이것이 2023년(2억 4450만 원) 보다 3.3% 늘었다는 얘기다.
이것을 2024년 평균 시장환율인 달러당 1363원으로 환산하니 1인당 가계 순자산은 18만 5000달러에 달했고, 이것이 18만 달러에 그친 일본을 제쳤으며 특히 2022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앞선 이후 3년 연속으로 일본에 앞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구매력평가환율인 달러당 933원으로 기준하면 우리나라는 27만 1000달러로 24만 8000달러인 일본은 물론 금융 선진국 영국(23만 3000달러)마저 추월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수치 역시 2019년, 2021년 두 나라를 각각 추월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자화자판은 하지만 낯 부끄러운 일이다. 우선, 환율 비교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는 환율을 2024년 평균치로 잡고, 일본과 영국의 환율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잡고 그렇게 비교 평가했다는 자체가 무리수다. 순자산 수치 역시 두 나라 것은 2023년치였다.
순자산 증가 수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더욱 자랑할 거리가 못 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이 전년보다 1.8%(424조 원) 불어났는데 그 중 50.9%가 주택 순자산이었다. 주택 이외 부동산 23.7%까지 더하면 74.6%가 부동산 값 상승 덕분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주택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의 비중은 2023년 75.4%에서 지난해는 74.6%로 소폭 떨어졌지만, 언제든 가격 등락이 있을 수 있는 부동산에 자산이 ‘몰빵’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국민들 모두의 순자산이 늘어났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더욱이 그렇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순자산이 늘어난 국민들은 전체 우리 국민들 가운데 극소수에 그친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 채 주택과 부동산을 가진 극소수 자산가들만 배 불린 상황을 마치 전체 국민들이 부자가 된 것처럼 호도해선 안될 일이다.
한국은행은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들의 가계 순자산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 외에 해외주식 투자 성과도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 해외주식 투자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순자산만 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새정부 출범 후라는 시기 때문이지 이번 발표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의도적이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실한 통계와 부정확한 비교 수치로 국민들이 불필요한 자만심을 갖게 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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