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치매 머니’가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조진래 기자 2025-05-07 09:59:13

65세 이상의 국내 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치매 머니’가 GDP(국내총생산)의 6.4% 수준인 154조 원에 이르고 2050년에는 치매 환자 증가와 함께 GDP의 15.6%인 488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고서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렇게 많은 돈이 사실상 장롱 속에 묵혀져 있다는 자체가 본인은 물론 나라 전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출산위원회의 지적대로 사기 피해의 대상이 되거나 ‘돈맥경화’의 한 중요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대학교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실시한 이번 조사는 국내 최초의 치매 머니 전수조사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는 합리적 선택이 어려울 수 있는 치매 환자들의 자산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기한다.

일단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023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 124만 398명 가운데 61.6%인 76만 4689명이 총  153조 5416억 원으로 자산을 보유 중이라고 한다. 1인당 평균 2억 원에 달하는 작지 않은 규모다.

이들이 가진 재산 가운데는 역시 부동산 재산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재산이 33조 3561억 원인데 반해 부동산 재산이 113조 7959억 원에 달했다. 묶여 있는 돈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본인의 의사에 반해 상속 분쟁의 불씨가 될 소지가 많다는 점이 지적된다.

문제는 조사단은 앞으로 치매 환자가 속증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25년 후인 2050년에는 400만 명에 육박해 이들이 보유한 재산도 덩달아 급증해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488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상 GDP의 무려 15.6%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고령의 치매 환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엄청난 자산가들이야 후견인 제도 등을 통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의 재산은 자녀나 주변 지인들에 의해 본인 의사와 반하게 관리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의 소중한 재산이 허투루 쓰여지거나 본인의 의사와 달리 타인에게 넘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소통과 협의가 최우선이겠지만, 묶여 있는 자산을 양지로 끌어내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고령 치매 환자들이 통장 혹은 등기부등본에 그대로 묶여 있다면, 초고령 국가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우리도 밟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없다. GDP의 10% 이상에 이르는 자산이 보다 생산적인 투자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유인책 및 지원책이 시급하다.

차제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게는 ‘치매 머니’라는 용어 대신 다른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치매 머니 라는 용어 자체가 고령의 치매 환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 혹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머니라는 용어를 대신해 그 돈들이 보다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저출산위원회가 발표할 그 어떤 보완 대책들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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