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김숙응 한국시니어비즈니스학회 고문 “실버 산업에 기업 참여 필수… 정부 정책적 지원 시급”

조진래 기자 2025-06-09 08:13:32
김숙응 한국시니어비즈니스학회 고문은 “아직 국내 실버산업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숙응 한국시니어비즈니스학회 고문은 대한민국 실버산업의 1세대 선구자다. 2003년에 국내 최초로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 대학원 정규과정을 개설해 수 많은 후학을 배출해 왔다. 최근까지 한국시니어비즈니스학회 회장으로 국내 실버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김 고문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층 편입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실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를 국가의 새로운 성장기회로 삼아 기업들이 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베이비 부머들이 본격 은퇴기를 맞으면서 ‘실버 비즈니스’가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버 비즈니스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시나요.

“실버산업은 실버층 대상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의미하며, 공식적으로 ‘고령친화산업’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늙으면서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변화를 겪습니다. 그 중 생물학적 변화가 실버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귀가 안 들리거나 눈의 초점이 안 맞는 등의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족함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 대상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실버주거·실버여가·실버의료·실버금융·실버제품 및 서비스 등 다섯 범주로 분류합니다. 베이비 붐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구별되는 경제력과 학력,가치관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어, 기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 조건을 두루 갖춘 인구집단입니다. 이들이 노인세대로 편입되면서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 최근 실버 비즈니스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트렌드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대부분 건강을 비롯해 주름 등 신체에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어느 연령층이든 웰빙이나 웰에이징·웰루키즘(외모지상주의)이 관심거리지요. 고령층에게도 대세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요가, 필라테스, 화장품, 피부관리, 성형외과 등의 수요가 느는 것도 모두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노화에 따른 많은 부정적인 변화를 피하고자 NMN(영양제) 등 노화억제 제품들이 개발·시판되고 있습니다. 4차산업과 AI(인공지능)에 의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실버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많은 의료비용이 유발되며 그 막대한 인구집단을 케어할 인력도 많이 필요한데, 실버의료산업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해 줄 웨어러블 슈트, 돌봄로봇 등은 간병서비스와 관련된 정말 필요한 수단입니다.”

- 해외에서 주목을 끌어 국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있으면 몇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욕구를 위해 일본에서는 실버맞선 투어나 말벗서비스, 외출 동행서비스, 그리고 수목장이나 해양장, 풍선장같은 장례서비스가 판매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고령층의 독립생활을 돕기 위해 은퇴시니어가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일자리를 창출합니다. 물품, 식품배달, 집수리 청소, 정원정리 등 집안에서의 일까지 포함됩니다. 실버층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생전 장례식이나 치매 예방 수단으로 전문 지도자를 통한 브레인피트니스 및 치매예방안경(JINS MEME), 치매예방로봇(Ninnin Pepper)학습·뇌 트레이닝 등도 성행합니다. 일상에서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치매예방 앱(ONSEI)도 있어요. 패밀리마트가 운영하는 ‘패밀리마트호’는 인구가 희소한 지역, 외출이 불편한 고령자등 이른바 ‘쇼핑약자’를 위해 찾아가는 이동판매서비스인데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에 비해 우리의 실버 비즈니스 환경이나 시장 상황은 어느 정도로 평가될 지 궁금합니다.

“일본은 2007년에 처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세계 제일의 노인국가입니다. 국가의 부(富)도 탄탄하고 국민연금이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제도면에서도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공적 지원에 의해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실버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판매합니다. 우리는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니 국가 간 비교와 평가는 쉽지 않습니다. 실버타운을 예로 들면, 우리는 거의 100% 사업자에 의해 분양되거나 임대 등 주거시설 입주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선진고령국가들보다 너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탓에 공적인 대응이 늦어진 것이지요. 우리 기업들의 고령층 시장 지향적 사고는 직접적으로 제품개발과 연결되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 중 IT 기술과 건강을 연계한 디지털 헬스케어, 홈케어 등은 수출산업화도 가능합니다. K-뷰티 시장도 유망하구요. 다만, 병뚜껑 따기나 명함 돋보기 같은 사소한 일상용품은 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관심이 없어 아쉽습니다. 꼭 필요하고 편리한 것이 있는데 너무 싸서 안 팔리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세분시장의 특성을 활용하면 개인들에게도 실버층 대상 사업기회의 장이 제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실버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기업들도 ‘노인’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들은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노인은 돈이 없다’, ‘건강하지 않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합니다. 또 실버시장은 동일한 시장이 아니라, 건강상태·경제력·라이프스타일 등 굉장히 다양하고 세분화된 시장입니다. 기업이 표적으로 하는 시장의 실버 소비자 욕구를 명확히 파악해 그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연령과는 다른, 실버층 본인이 생각하는 ‘인지연령’을 고려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 연령보다 10~15세 젊게 자신을 생각합니다. 기업이 65세를 타깃으로 그 연령대 제품을 만들면 아무도 구매하지 않을 겁니다.”

- 실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의 제한없는 자금지원에는 한계는 있겠지만 공공복지적 측면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분야, 특히 실버의료 분야에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가 고령화를 겪기 때문에 수출산업화도 가능합니다. 우리와 유사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고령친화산업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돌봄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 고령자용 첨단기술상품 개발 지원, 에이지 테크 중소기업 지원 같은 정책을 활발히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대응이 미흡해요. 첨단기술 중심의 고령친화산업 발전 계획을 마련해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일상용품이나 생필품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요. 소규모·영세기업에 대한 활성화 대책도 필요합니다.”

- 실제로 국내 실버 시장의 성장세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48조 원 규모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아직은 그런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 탓이 커 보입니다. 고령화가 이렇게 빨리 이뤄질 것이라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지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부족했습니다. 일본은 실버제품 관련 전시관이 많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박람회가 있지만 일상용품·생필품을 항시 구매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십니다. 가장 시급한 ‘어르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인 연령과 관련해 빠른 시간 내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사회조직이 움직이고, 국민들 역시 인생 후반 삶의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평생동안 습득한 귀중한 경험과 지식, 기술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야 합니다. 서울시연합회에서는 취업지원센터와 일자리 사업 등 생산적 노후라는 구체적인 목표 하에 지속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다 확장된 공적지원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일본 공항 출입국장에서는 노인들이 줄서기나 진행방향 알려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음식점 직원이나 백화점 판매원으로 적극 채용되는 것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1~2인 가구 증가와 관련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사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어르신 사고가 가정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무엇보다 주택개조나 개선 등 안전을 위한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 

대담 =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사진 = 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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