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초고령 대한민국’에 노인 돌볼 사람에 전문인력도 태부족… ‘돌봄인력 인프라’ 강화 시급

이의현 기자 2025-07-27 13:58:10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시니어 돌봄 인력의 부족이 심상치 않다. 가파른 고령화 속에 돌봄 인력도 빠르게 동반 고령화되고 있다. 일반 요양원은 물론 실버타운 등의 전문 인력도 태부족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시니어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돌볼 사람이 부족하니 돌봄 서비스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40년이 되면 OECD 회원국 중 돌봄 인력이 가장 부족한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스런 전망도 나온다. 그 때까지 최소 2배 이상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돌봄 로봇을 포함해 하루 빨리 관련 인프라 구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돌봄 인력 부족 심각 

2023년 기준으로 OECD 국가의 65세 이상 시니어 인구 100명 당 평균 돌봄 인력 수는 5.6명이다. 우리나라는 그에 못 미치는 4.8명이다. 이 차이는 앞으로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2043년이면 국내에 100만 명에 가까운 노인 돌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예측 발표도 있었다. 

시니어 돌봄 인력은 일반적으로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을 말한다. 공식적으로는 요양보호사로 국한된다. 요양보호사는 요양시설이나 가정방문을 통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에게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공인자격 인력이다. 320시간 의무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공적인 돌봄 업무를 할 수 있다.

간병인은 특별한 자격이나 의무교육과정 없이 병원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인력이다. 누구든 모든 연령층 환자를 간병하고 돌볼 수 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공동 간병, 간병협회 파견 간병, 개인 간병 등으로 다양한 곳에서 특수업무를 수행한다.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주로 일반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근무하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돌봄 인력의 가파른 고령화다. 지금도 돌봄 인력의 50대 이상이 90% 정도에 이른다. OECD 통계에 따르면 45세 이상 돌봄 인력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구체적으로는 40대가 2019년 9%에서 2022년 7%로, 50대는 39%에서 27%로 낮아진 반면 60대는 40%에서 48%, 70세 이상은 8%에서 15%로 높아졌다. 지금은 6070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양시설 입소자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60세 이상이 49%에 달한다. 50~59세가 26%, 70세 이상도 5%로 요양보호사 가운데 50세 이상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 겸 에이지테크연구소장은 “이는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 뿐만아니라 돌봄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술혁신을 통해 돌봄 로봇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도입해, 시니어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특히 정책적 지원과 기술적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돌봄 로봇을 보유한 요양시설의 경우 오히려 3~8% 인력을 추가 고용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버타운에도 제대로 일 할 사람이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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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 시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현재 실버타운에 속하는 전국 40개 노인복지주택의 입소인은 9006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 대비 0.1% 수준이다. 실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한 규모다. 정부가 우리나라 시니어 레지던스의 부족 상태를 고려해 시니어 레지전스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인 만큼, 앞으로 전국에 실버타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지만 실버타운에서 정작 제대로 일할 우수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에 적용되는 별도의 법적 인력기준이 있는데, 기본 요건만 충족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실버타운마다 특화된 부대시설에 필요한 인력이 서로 다른데 우리는 ‘시설’ 자체에만 너무 공을 들이느라 ‘사람’ 문제는 등한시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럴 때는 초고령사회 선배 국가인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본의 유료 노인 홈들은 ‘10년 이상 간호 인력 보유’처럼 전문 인력 보유 여부를 입주자 마케팅의 최고 핵심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직원 교육 연수시설을 갖춰 체계적으로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개호복지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복지고등학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지희 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은 “일본에서는 복지고등학교 졸업 후 개호복지사 시험에 응시해 요양시설에 채용되는 젊은이들이 많아, 대부분의 요양보호사가 50~60대인 우리와 비교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설에 투입되기 전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는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법인을 운영자들도 현장 경험을 쌓으려 다른 시설에 와 연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국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실버타운 업계도 얼마나 경험이 많고 유능한 직원들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버타운이 다른 아파트나 주거 시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인데, 바로 그 서비스는 모두 ‘사람’이 제공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사람’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하다”고 말했다.

◇ 재가 요양 돌봄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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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건강보험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집에서 요양하는 노인들 중 하루에 필요한 돌봄 시간의 절반 밖에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평균 4.9시간의 돌봄이 필요한 반면 가족 등 실제 주 돌봄 제공자부터 도움 받는 시간은 절반인 2.9시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재가 요양 돌봄을 받는 노인들의 삶의 질 자체도 높지 않다. 신체활동을 통한 움직임이 매우 적어 노화가 오히려 더  앞당겨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주 돌봄 제공자 가운데 돌봄 대상자와 비슷한 연배인 55∼64세가 전체의 30% 정도에, 75세 이상도 28.2%, 65∼74세도 22.5%로 ‘노노 케어’ 상황이 심각하다. 돌봄 인력의 35.7%가 배우자인 탓도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년층 안전사고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운데 최근에는 그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돌봄 인력의 부족 탓에 ‘일상 속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가족 및 지역 친화적 시스템 구축이라는 지적이 많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경로당을 ‘홀로 어르신’ 들의 자연스런 ‘노노 케어’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생활 돌봄형 노노 케어’를 통해 주변 동료들이 함께 서로를 지켜주자는 것이다. 

최근 매년 8% 안팎씩 한 해 평균 고령자 안전사고가 26만 건에 이르고 있음에도, 당국의 사고 대책이 철저히 산업 현장 위주로만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지자체들이 노인 가구에 대한 안전 진단 및 사고 예방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고령자 대상의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돌봄 서비스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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