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면... '인지 예비능'부터 키웁시다

'국민 건강 주치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자극을 찾으세요"
박성훈 기자 2025-08-06 08:33:55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은퇴기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치매를 어떻게 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그 예방과 치료에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민 건강 주치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치매를 단순히 '질병'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확실한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지만 이를 '노화'의 관점으로 본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했다. 건강한 식사, 적당하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같은 생활습관이 충분히 치매 예방약이 될 수 있다는 애기다. 

정희원 교수가 이와 관련해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신간을 통해 ‘인지 예비능’이라는 개념을 특별히 소개했다. 그는 인지 예비능을 일종의 '뇌의 여유분'이라고 했다. 이것이 평소에 충분하다면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뇌 기능이 떨어져도 잘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뇌를 평생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치매발병이나 뇌의 구조적 변화에 영향이 있다는 보고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복잡하고 어려운, 그래서 인지적으로 부담이 있는 작업을 가진 사람이 인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직종의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평균 22% 낮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여기에 인지 예비능까지 차곡차곡 쌓아두면 더욱 좋다고 조언했다. 

인지 예비능은 우리가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금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크게 인지 활동과 신체 활동, 사회 활동이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인지적 과제를 꾸준히 수행했을 때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 역시 "인지 예비능을 개선하는 과정 역시 불편하고 힘이 들지만, 꾸준히 습관으로 만들어 놓으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인지 기능을 개선하려면 자신이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활동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뇌 연구자들이 인지활동으로 주로 분류하는 것으로 독서와 컴퓨터 사용, 보드 및 카드 게임, 마작, 토론 참여, 글쓰기, 서예, 그림, 수공예, 악기 연주, 주식 투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인지 예비능이 굉장히 다면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활동은 크게 세 가지의 균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그 첫째는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의 균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지 기능 감퇴 속도를 느리게 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유산소 운동'을 꼽았다. 이 운동이야 말로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고 신체 기능을 개선하며 노화와 연관된 모든 만성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균형, 협응 등 머리를 잘 써야 하는 매우 동적인 활동이면서 인지적 효과가 잘 알려진 것으로는 '댄스'를 들었다. 이런 동적 활동 외에 정적 활동인 서예나 그림 그리기, 조각, 뜨개질, 독서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활동은 아주 미세한 운동신경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창의력과 감성을 자극하고, 집중력 향상과 창의적 사고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정 교수는다음으로, 혼자 집중하는 활동과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활동의 균형을 강조했다. 인지 예비능을 증진하는 데는 퍼즐 맞추기나 악기 배우기 등 혼자서 집중해 수행하는 활동 뿐만아니라, 대화나 토론 같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활동도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런 활동을 수행하면 사회적 기술이 향상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런 활동은 우리 뇌에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수동적인 활동과 능동적인 활동의 균형을 겅조했다. 음악 감상이나 영화 감상 등은 뇌를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TV 시청 같은 수동적인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면 신체활동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 악기 연주나 노래 부르기, 요리 같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뇌의 신경연결을 강화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권했다. 

정희원 교수는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러려면 자신에게 익숙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뇌 활동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인지적 활동에 참여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그러면서 "'평생 학습'이 결국 인지 예비능을 쌓아주는 길이 된다"고 추천했다. 여기에 더해 식사와 운동 등의 방법을 함께 실천한다면 누구보다 '인지 예비능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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