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노안(老眼)?
2025-08-23

교감신경은 심장 박동 증가나 혈관 수축·소화 억제·동공 확대 등을, 부교감신경은 반대로 심장 박동 감소와 소화 촉진·동공 축소 등을 유도한다. 그래서 두 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은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자율신경 균형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 자율신경계 불균형의 결과 ‘자율신경실조증’
운동을 했는데도 땀이 잘 나지 않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예기치 않은 발기부전이나 동공이상 등을 경험할 때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이 대부분 자율신경계 불균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자율신경실조증’의 대표적 증상들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평소에는 제대로 자각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때문인가…’ 하며 그냥 지나칠 때도 많아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되어 교감신경이 너무 활성화되면 잦은 근육 결림을 비롯해 두통과 가슴 두근거림, 식은 땀, 고혈압, 이명, 눈의 피로 등이 야기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너무 활성화되면 우울증과 나른함, 구토, 알레르기 반응, 관절통, 저혈압, 혈액순환 장애 등이 나타나 삶을 망쳐 버린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에 접어든 이후에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게 이런 자율신경실조증이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율신경이라는 것이 균형과 불균형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때문에 검사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자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12개 증상들 중 최근 경험한 증상들이 있으면 체크해 본다.
- 두통이 심하거나 잦다
- 몸이 쉽게 지치고 나른하고 피곤하다
- 화를 잘 내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 우울감, 불안감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린다
- 소화가 잘 안된다
- 이유 없이 배가 자주 아프다
- 깊이 잠을 자기가 어렵다
- 성격이 예민하다
- 눈이 자주 피로하다
-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럽다
- 손발이 차거나 자주 저리다
- 어깨나 목이 항상 결린다
자율신경계가 정상이라면 이 가운데 해당 사항이 3개 이하다. 해당 증상이 4개에서 6개 사이라면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상태이니 주의가 요구되는 단계로 판정된다. 7개에서 9개면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그리고 10개 이상이면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로, 당장이라도 전문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된다.
◇ ‘자율 신경’ 균형 위한 ‘건전한 생활습관’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일본 TC A&M 클리닉의 모리타 료스케 원장이 <100가지 자율신경 관리법>이라는 신간에서 “자신만의 루틴으로 자율신경의 균형과 보호 및 관리가 가능하다”며 7가지 필수 습관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아침 햇빛 받기’다. 아침 햇볕은 기분과 감정, 집중력과 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만큼, 매일 같은 시간에 간접적으로 쬘 것을 추천했다.
체내 노폐물과 피로물질을 제거해 주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목욕’이 그 다음이다. 매일 목욕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하는 사람보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30% 가까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온도는 41도 이하로 맞추고 15분 정도 욕조에 몸을 담글 것을 권고했다. 근육 이완효과를 높이려면 아로마 오일을 곁들여도 좋다고 했다.
료스케 원장은 ‘적당한 낮잠’도 권했다.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스트레스 감소, 심장질환과 치매 예방, 수면장애 완화, 부종 개선 등에 두루 좋다고 했다. 평소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률이 20% 낮다고 했다. 1시간 이상 등 너무 길어지면 자칫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물 섭취도 중요하다고 했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면 여름 채소와 열대 과일 같은 음성 식품을 먹는 것이 좋고, 반대로 냉한 체질이라면 뿌리채소와 돼지고기, 생강, 마늘, 복숭아, 자두 같은 양성 식품이 좋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체로 제철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침 혹은 취침 전 ‘복식호흡’은 몸통이 약해지는 것을 막아주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코로 숨을 들이쉬면서 배를 부풀린 후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배를 들어가게 하는 식으로 10회 1세트 씩 아침과 밤에 하면 좋다고 했다. ‘하루 10분 멍 때리기’도 추천했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루 10분 정도 잠시 생각을 멈추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했다. 느린 심호흡을 겸하면 더 좋다고 했다.
◇ ‘뇌 피로’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자율신경계 질환 전문의로 최근 <아무 이상없다는데 계속 아픈 당신에게>라는 신간을 낸 오민철 오상신경외과 대표원장은 ‘뇌 피로’ 예방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부담이 쌓이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면서, 이로 인해 피로나 두통, 집중력 저하, 불면과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뇌 피로가 악화되면 이해력이나 기억력, 판단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교감신경 흥분, 호르몬 분비 난조, 대사기능 저하 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고혈압이나 심장병, 뇌혈관 질환, 치매, 암 등 치명적인 기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뇌 피로’를 줄이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 생활습관을 추천했다.
가장 먼저, 하루 30분 걷기를 추천했다. 운동 전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발 지압과 복식 호흡을 함께 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명상’이다. 잠자리에 들기 10분 전에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면서 하루동안 쌓인 감정과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 때도 복식호흡을 겸하면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뇌의 피로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수면습관의 하나로, ‘밤 11시 이전에 잠들기’를 강조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거나, 취침 시간이 불규칙하할 경우에는 그 만큼 뇌 회복이 늦어지고 호르몬도 원활히 분비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의학 전문가들도 규칙적인 수면 습관 만큼 우리 건강에 도움 되는 건강 기본 수칙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 원장은 “자율신경실조증은 단순한 스트레스성 증상이 아니다”라며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극적인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과나 가정의학과의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계의 균형에 도움이 되는 ‘생활 속 자율신경 관리법’을 익혀둘 것을 조언했다.
이의현·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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