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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1

수면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일은 많이 하면서 잠은 덜 자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건강에 가장 안 좋은 루틴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휴대전화와 개인 SNS 이용이 크게 늘면서 그나마 최소 수면 양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숙면(熟眠)’이 건강의 기본 중 기본인 것을 알지만, 나이먹을수록 잠이 없어지고 자주 자다가 깨곤 한다. 자연스럽게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서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평소 어떻게 수면 건강을 지켜야 할 지 전문가들의 팁을 들어보자.
◇ 나이에 따른 내 적정 수면시간은?
미국수면재단이 연령대별로 9개 집단으로 나눠 얼마나 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좋은 지 권고한 것이 있다. 가장 잠이 많은 생후 3개월 이하 신생아의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14시간에서 17시간이다. 생후 4개월부터 11개월까지는 12시간에서 15시간이 적정 수면시간으로 제시됐다. 12개월부터 24개월까지 유아기에는 11~14시간 정도의 수면이 적정하다고 한다.
3세부터 5세까지 미취학 아동기에는 하루 10~13시간은 충분히 자야 하는 것으로 권고됐다. 6~13세 취학아동은 9~11시간, 14~17세 청소년은 8시간에서 10시간이 적정하다고 했다. 이후부터 적정 수면시간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18~64세 일반 성인기에는 7시간에서 9시간의 수면이 적정한 것으로 제시됐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이 되면 하루 7~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 혹시 나는 기면증(嗜眠症) 환자?
걷다가 갑자기 무릎이 꺾이는 경험을 해 보았는가. 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기면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수시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다. 중년을 넘기면서 갑자기 잠에 빠지는 ‘수면발작’ 등 수면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다가 가위 눌리는 ‘수면마비’나 갑자기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혹은 환각 같은 후유 증세가 생길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면증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ESS(웹어스 낮 졸림증 척도, Epworth Sleepiness Scale)’ 자가 검사법이 있다. 다음 8가지 일상적 상황에서 얼마나 졸음이 오는지 체크한다. 앉아서 책이나 글을 읽을 때, TV 시청할 때, 공공장소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차에 타고 있을 때, 오후에 잠시 쉬며 누워 있을 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점심 후 혼자 앉아 있을 때, 운전 중 잠시 정차해 있을 때.
이상 8가지 상황에서 졸린 정도를 0점부터 3점까지 매겨 합산한다. ‘전혀 졸리지 않다’면 0점, ‘약간 졸린 느낌이다’ 하면 1점, ‘많이 졸리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2점, ‘졸음을 이기지 못해 꾸벅이며 잠이 들 정도’면 3점으로 계산한다. 합계가 10점을 넘으면 일단 ‘낮 졸림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15점을 넘으면 ‘기면증’ 환자로 판정된다.
일상에서 이 가운데 한 가지 증상이라도 해당한다면 당장 전문의나 수면 클리닉을 찾을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 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주의력 결핍장애까지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따라온다. 더욱이 불규칙한 수면은 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
◇ 의외로 흔한 불면증 환자들

주은연 서울삼성병원 교수가 신간 <매일숙면>에서 불면증 자가진단표를 제시했다. 최근 2주 동안 불면증이 심한 정도를 5단계로 체크한다. 각 상황에 대해 ‘전혀 없다’면 0점, ‘약간 있다’면 1점, ‘중간 정도’면 2점, ‘심하다’면 3점, ‘매우 심하다’라고 판단되면 4점을 부여한다.
- 잠들기 어렵다
- 잠을 유지하기 어렵다(자주 깬다)
- 쉽게 깬다
- 현재 수면 상태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나
- 경험하는 수면장애가 일상 기능을 어느 정도로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삶의 질 저하 측면에서 당신의 수면장애를 다른 사람이 얼마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 현재 수면장애에 관해 얼마나 걱정하고 있나
총 합계가 0~7점이면, 일단 유의할 만한 불면증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8~14점이면 약간의 불면증 경향, 15~21점이면 중등도의 불면증으로 본다. 22~28점이면 심한 불면증을 앓는 상태로 파악된다. 주 교수는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들은 치매 위험도가 1.22~1.37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학협회(AMA)에서 제시하는 불면증 자가진단법도 있다. 아래 5개 항목 중 3개 이상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일단 ‘단기불면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만성불면증’으로 분류된다. 자신의 증상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했다면 전문의 상담이 다음 순서다.
- 처음에 잠에 들기까지가 힘들다. 30분 이상 뒤척인 다음에야 겨우 잠을 자게 된다
-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자주 깨고는 다시 잠들지 못한다
- 낮에 정신 및 신체기능이 저하된다. 피로와 무력감에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진다
- 생활 기능이 떨어진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업무, 학업 등 일상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 약물이나 정신장애, 환경문제 등 별다른 원인도 없는데 수면 문제만 지속된다
◇ 건강한 수면을 위한 12가지 비결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 박사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나>라는 책에서 소개한 열 두 가지 숙면 비결이 주목을 끈다. 그는 먼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수면 시간표’ 준수를 주문했다. 둘째,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고 했다.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까지는 모든 운동을 끝내야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늦은 오후 커피는 숙면을 방해하며, 니코틴 금단 현상 탓에 아침에도 너무 일찍 깬다고 했다. 넷째, 자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고 했다. 많이 마시면 옅은 잠만 자게 되고, 알코올 효과가 사라지면 한 밤중에 깨기 쉽기 때문이다. 다섯째, 저녁과식을 피하라고 권했다. 소화불량과 잦은 소변기에 자주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심장약이나 혈압약, 천식 약 뿐만아니라 기침이나 감기, 알레르기에 쓰이는 비처방 약과 허브도 수면을 교란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일곱째, 오후 3시 이후에는 왠 만하면 낮잠을 자지 말 것을 권했다. 여덟째, 잠자기 전에 독서나 음악 같은 루틴으로 긴장을 풀라고 했다. 아홉째, 자기 전 뜨거운 물 목욕을 권했다. 목욕 후 체온이 떨어지면 잠이 더 잘 올 수 있다고 했다.
열 번째, 잠자리 주변에서 전자기기 등 ‘산만함’을 없애라고 했다. 열 한번째, 적절한 햇볕 쬐기다. 매일 적어도 30분 동안 실외에서 자연광을 받도록 하라고 했다. 열 두번째,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매슈 워커 박사는 “못 잘 것 같다는 불안감은 잠들기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의현 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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