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을 위한 플랜 ‘라이프크래프트’를 세워보세요

펜실베니아 주립대 윤형준 교수가 제시하는 ‘노후의 진정한 일의 의미와 가치있는 활동’
조진래 기자 2025-09-01 08:48:49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미래의 일과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을 ‘라이프크래프트(LifeCraft)’라고 부른다. ‘놀이하듯 창조해 가는 과정’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자아 발견의 여정을 넘어 스스로 정체성을 탐색하고, 과거부터 미래까지 인생 이야기를 정리하며, 인생 후반전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이른바 ‘중년 버전’이다.

이 용어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인력교육 및 개발 전공의 부교수인 윤형준 교수가 만든 말이다. 같은 제목으로 최근 책도 나왔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리더십 개발과 경력 개발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보였다.

윤 교수는 인생 후반부에 ‘일’은 기존 직업의 반복이 아니라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때의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나와 남을 위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의 활동들이 진정한 의미의 ‘일’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윤 교수는 3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기본 조건으로는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균형’을 꼽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없이 나이 들어서도 지속가능한지, 기본적인 생활이나 경제적 안정을 해치지는 않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본질적인 조건으로는 ‘정체성’이 먼저 꼽힌다. 그 활동이 내 가치관과 정체성을 나타내며, 내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장’이다. 시간이 갈수록 깊이있는 이해와 숙련이 가능해야 하며, 슬수나 실패를 통해서도 배움과 발전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의미다’. 그 활동이 내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하며, 목적이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섯 가지 ‘풍요조건’도 제시했다. 첫째는 관계다.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느냐다. 둘째, 자율성이다.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창의성이다.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가 이다. 넷째, 즐거움이다. 활동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은 미래지향이다. 시간이 지나도 활동이 의미와 가치를 유지하며 앞으로의 삶과 목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런 전제 하에 나의 ‘일’을 통한 인생 후반전 준비 상태를 점검해 볼 것을 제안했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일’로서의 본질과 가치를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자가 체크리스트다. 각 문항에 대해 0점(전혀 아니다)부터 10점(매우 그렇다)까지 점수를 매가고 총점을 내 본다.

1. 활동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리 없이 지속가능한가

2. 활동이 경제적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가

3. 내가 하는 활동이 내 가치관과 정체성을 나타내는가

4. 활동을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가

5. 활동이 내 삶에서 중요한 위미를 가지는가

6. 내가 하는 활동이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기여하는가

7. 내가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는가

8. 활동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가

9. 이 기쁨과 성취감을 제공하고 보람을 느끼게 하는가

10. 활동이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고 다음 세대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총점이 90점에서 100점 사이면 현재 활동이 일로서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70점에서 89점이면 활동이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지만 몇몇 요소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점수가 낮은 문항에 주목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50점에서 69점 사이면 전반적으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활동이 진정으로 나에게 의미를 주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50점 이하라면 현재 활동이 일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삶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줄 새로운 활동을 탐색하거나 현재 활동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하지만 이 진단이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 아니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인생 후반전을 설계하는 첫 단계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라이프크래프트가 되기 위해선 다음 네 가지 핵심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자기성찰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과 경험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능력은 모든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둘째는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미래사고다. 셋째는 목적의식이다.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시작하는 능력으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까지 인식한다. 

넷째, 목표달성 노력이다. 계획을 실행해 달성하는 능력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순환적으로 작용하며서로를 강화해 준다고 했다. 각 요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밀하게 삶에 적용하고 실행하는가에 따라 성취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내 삶의 시크릿 에이전트로 역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윤 교수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크릿 에이전트’라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를 네 가지 핵심역량을 측정해 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총 12개 문항에 대해 0~6점 척도를 사용해 점수를 매긴다. 1년에 몇 번 정도로 거의 안한다면 1점,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드물게 하면 2점,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가끔 한다면 3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자주 한다면 4점,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로 꽤 자주한다면 5점, 마지막으로 매일 한다면 6점으로 계산한다.

1. 나는 내가 어떤 것들에 대해 왜 열정적인지 생각한다

2. 나는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한다

3. 나는 최종 결과를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시작한다

4. 나는 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점검하며 노력한다

5. 나는 내 삶이 추구하는 바의 의미를 생각한다

6. 나는 향후 몇 년 간의 내 미래를 내다본다

7. 나는 구체적인 목표를 숙지하고 일을 끝마쳐 간다

8. 나는 내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내 계획과 실천을 꾸준히 점검한다

9. 나는 특정 목표들에 내가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지 점검한다

10. 나는 5년 안에 내게 열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상상한다

11. 나는 무언가에 몰두할 때 구채적인 목적이 있다

12. 나는 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한다

12개 문항 중 1,5,9번은 자기성찰 항목이다. 2,6,10번은 미래사고 항목이며 3,7,11번은 목적의식 관련 항목이다. 그리고 4,8,12번은 목표달성노력 항목이다. 네 가지 역량에 해당하는 각 그룹의 문항 점수를 합산해 평균을 낸다. 이어 네 가지 그룹의 점수를 합산해 총점고 평균 점수를 계산한다.

그룹별 점수의 총점이 5.0~6.0이면 탁월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더 도전적인 목표도 설정해 볼 수 있다. 4.0~4.9점이면 우수한 수준이다. 3.0~3.9점은 보통 수준, 2.9 이하면 발전이 필요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전체 점수별 평가도 가능하다. 5.0~6.0이면 탁월한 수준의 자기 주도성이 인정된다. 상위 10% 수준이라고 한다. 4.0~4.9는 자가주도성이 우수한 수준으로, 상위 15% 수준이다. 3.0~3.9면 보통 수준이다. 그리고 2.9 이하면 발전 가능성이 큰 수준이라고 한다.

윤 교수는 역량 강화를 위한 실천 방향도 제시해 주었다. 자기성찰을 심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매일 5분 정도 일기를 쓰거나 월간 가치 점검 워크 시트를 작성해 볼 것을 권했다. 존경하는 멘토를 생각하고 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미래사고 개발을 위해서는 5년 후를 상상해 비전 보드를 제작하고 주간 단위로 점검해 볼 것을 권했다. 5년 후 목표를 3년 후, 1년 후, 6개월 후 식으로 역순으로 작성해 보는 역산 목표 계획법도 일러 주었다. 주간 단위로 기획 탐색 시간을 가질 것도 추천했다.

목적의식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에 그날의 핵심 목표 1,2개를 3분 이내에 적어보는 루틴을 권고했다. 매일 일요일 저녁에 주간 단위로 점검하고, 1~2년 후 목표를 문장으로 쓰고 믿을 만한 친구나 가족과 공유함으로서 책임감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했다.

목표달성노력 증대를 위해서는 하루 할 일 목록과 저녁 점검 루틴을 통해 성취감을 만끽해 볼 것을 권했다. 스스로 작은 성공에 작은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다만, 계획과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진래 선임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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