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상식] 심장암과 남자 유방암
2025-10-13

대한민국은 지금 ‘파크골프’에 푹 빠져 있다. 관련 인구가 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자체나 각 지역 노인회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대회가 500개 안팎에 이른다. 노인 스포츠에서 출발했으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제는 파크골프를 가르치는 대학에 실업팀까지 생겨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파크골프협회(KPPGA)까지 출범해 바야흐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 저렴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스포츠
파크골프(Park Golf)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다. 일반 골프가 고비용에 멀리 도심을 벗어나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데 반해 파크골프는 사는 곳 주변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노년 지향, 가족 지향의 생활스포츠다. 1983년 일본 북해도에서 탄생해 우리나라에는 1998년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10여 년 새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현재 전국 파크골프 동호회 공식 회원수 만도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파크골프를 즐기려면 클럽(채)와 공에 골프 티와 볼 마커, 모자와 장갑, 골프화, 운동복 등만 있으면 된다. 경기 방식은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 지점인 티 오프에서 그린의 홀(hole)을 향해 볼을 치면서 차례로 코스를 도는 방식이다.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볼을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보통은 4인 1조로 즐긴다. 10개가 넘는 일반 골프와 달리 무게 600g 가량의 클럽 하나만을 사용하는데다 18홀 기준으로 2시간 이내로 끝이 나 체력적으로 그리 큰 부담이 없다.
특히 파크골프는 천천히 걸으면서 전신을 쓰는 운동이기에 운동 효과도 탁월하다. 그래서 요즘은 시골에서도 소규모로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즐기는 곳이 많다. 몸 전체를 크게 사용하는 골프와 달리 하프 스윙만으로 가능한 운동이라 부상의 위험도 적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인간관계도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행복 스포츠’다.
◇ 지방 중심으로 전국 160곳 피크골프장 운용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에 160곳 가량의 크고 작은 파크 골프장이 있다. 아무래도 부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 수도권 보다는 지방 파크골프장 개설이 늘고 있다. 제천시의 경우 금성면 중전리 청풍호 인근에 54홀의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말까지 110면 규모(소형 105대, 대형 5대)의 주차장도 조성해 곧 전국 대회도 유치할 계획이다.
제주시는 한경면 신창리의 옛 신창중학교 폐교 부지 1만여 ㎡를 10년간 무상 임대해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 2027년부터 주민들과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성산읍의 옛 신산초 난산분교장도 서귀포시가 3년간 무상 임대해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도 기형도문화공원 내 4290㎡ 부지에 관내 첫 파크골프장을 개설해 시범 운영 중이다. 천연 잔디 코스로 구성된 9홀 규모다. 시는 늘어나는 파크 골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흥대교 아래에도 10월 준공을 목표로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서울 도봉구는 올 하반기부터 녹천교 파크골프장에 자율이용제와 무료 강습을 도입해 파크골프 인구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담 코치진까지 배치해 입문자 맞춤형 강습과 코스를 운영한다. 총 6홀 규모로 누구나 평일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회차당 정원은 24명이며, 도봉구체육회 누리집으로 예약을 신청하면 된다. 정원 30명씩 두 반으로 무료 강습도 진행한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5월 서울시 최대 규모의 파크골프장인 탄천파크골프장에서 3대가 함께하는 ‘제1회 강남구 가족 파크골프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부부와 형제자매가 참가하는 1세대 경기(39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2세대 경기(4팀), 조부모와 부모 및 손주가 팀을 이룬 3세대 경기(6팀) 등 총 49개 팀 140여 명이 참여해 세대간 소통과 화합의 장을 펼쳤다.
◇ 사시사철 이용가능한 스크린골프장 개설 줄이어

최근에는 지자체들이 앞다퉈 ‘스크린 파크골프장’ 설치에 나서고 있다. 18홀 규모로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면 1만 ㎡ 정도의 부지가 필요한데, 그만한 땅이나 예산을 가진 지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반대 민원이 많아 공원이나 강변에 파크골프장을 짓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에 실내 파크골프장은 더위나 추위를 피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문을 열기만하면 예약이 잘 안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서울 용산구는 최근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 어르신 맞춤형 ‘용산스크린파크골프 한남점’을 오픈 했다. 스크린 타석 2곳과 퍼팅장 1곳을 갖추고 무료 대여용 골프채도 비치했다. 무료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이용료는 1인당 3500원이다. 곧 초급반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용산구는 11월에도 용문동에 파크골프 퍼팅연습장을 선보인 뒤, 연내 용산스크린파크골프 삼각지점(한강로동)과 남산점(용산2가동)도 잇달아 열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신길 3동 신청사와 영등포 제1스포츠센터, 신길 3동 구청사에 실내 파크골프장 1~3호 점을 열었다. 1호 점은 매주 수요일에는 장애인, 금요일에는 75세 이상 어르신 전용 운영일로 운영한다. 연내 4곳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구민은 매달 25일부터, 타 구민은 매달 28일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지난 9월에는 대회도 개최했다. 남녀 일반부와 시니어부, 장애인부 등 총 6개 부문으로 진행되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서울 은평구도 작년 11월에 불광 2동 주민센터 2층에 타석 2개짜리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내년 초까지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인기다. 강남구도 최근 도곡 경로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화와 뜻을 모아 연내 스크린 파크골프장 50곳을 개설한다는 목표도 세워 놓고 있다.
◇ 지역 경제에도 훈풍…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파크골프장이 세대를 넘어 인기를 끌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파크골프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장기 침체를 겪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데다 어르신들의 노후 건강을 위한 복지 제도로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화천의 산천어파크골프장의 경우 2021년 7월 개장한 이래로 180만 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이용객의 절반이 타 지역 거주자들 정도로 군 경기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경북 고령군의 경우 얼마 전에 총 상금 5700만 원을 걸고 제2회 대가야배 전국 파크골프 대회를 열었는데, 전국에서 2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몰려 인신인해를 이루었다. 참가비가 3만 원이었지만 그 중 1만 원은 고령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어 역내 경기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과 일본의 파크 골프장이나 관련 대회를 엮은 여행 상품도 최근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파크골프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영진전문대와 대구보건대에 이어 대구사이버대, 부산과학기술대, 경북전문대, 경북 경산 호산대 등도 골프전공 학과 신입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당초 60대 이상의 신입생을 예상했으나 요즘은 30대와 40대로 신입생 연령층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관련 학과가 신설되면서 관련 산업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파크골프 붐은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크골프 지도자’다.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한 중장년과 노년층의 도전이 뜨겁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는 아예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주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해 올해부터 적극 추진 중이다. 농한기나 비수기에 돈도 벌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곳곳에서 자격증 취득 과정과 수여식 행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의현·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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