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불청객 ‘심장 질환’…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전해주는 ‘심장 돌연사’ 등에 관한 오해와 진실
박성훈 기자 2025-10-10 10:58:1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면서 ‘돌연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혈압이나 당뇨, 심혈관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50대 이상 장년과 노년기 사람들이 특히 그런 걱정들이 많다. 그런데 돌연사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 믿는 이들이 많아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돌연사가 오기 전에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 즉 전조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가볍게 생각하다가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예방 습관과 생존 법칙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베지닥터’의 상임이사 겸 비영리 봉사단체 ‘행복한 의사’의 대표로 활동 중인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이라는 신간에서 심장질환에 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눈길을 끈다. 이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심장질환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오해 1> 심장 질환은 남성에게만 위험하다?

<진실> 심혈관 질환은 남녀 모두에게 위험한 질환이다. 발병의 양상과 시기가 다를 수 있을 뿐이다. 여성의 경우 폐경 전과 후가 다르다. 폐경 전에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이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낮다. 하지만 폐경 후에는 이런 보호 효과가 감소해 심혈관 질환위험이 매우 커진다. 특히 여성은 심근경색 증상이 종종 비 전형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남성이 가슴 통증을 많이 호소하는 데 반해 여성은 비정상적인 피로감, 숨가쁨,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과 목 턱 통증, 식은 땀, 어지러움 같은 증상을 더 자주 경험한다. 당연히 치료가 늦어져 예후가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다.

<오해 2> 혈압약을 먹으면 절대로 중간에 끊을 수 없다?

<진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도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약물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고혈압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큰 원인일 수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체중 감량과 저염식 실천,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절주 등을 통해 혈압이 정상화된다면 의사와 상담 후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을 고려하면 된다. 섣불리 자기 판단으로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대동맥 박리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의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오해 3> 심장마비는 항상 극심한 가슴 통증을 동반한다?

<진실> 가슴통증이 없으면 심장마비가 아니라고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심장마비라고 해서 모두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상복부 통증이나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숨가쁨이나 호흡 곤란, 비정상적인 피로감, 어지러움이나 실신, 식은 땀, 불안감이나 공포가 뒤따르기도 한다. 특히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흉통이 없는 ‘조용한 심근경색’도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가족력 등 위험요인이 있는데 이런 비전형적 증상들이 갑자기 발생하면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오해 4> 심장병은 유전되기 때문에 예방이 불가능하다?

<진실>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포기해선 안된다. 심혈관 질환에 유전적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나 형제 자매가 남성은 55세, 여성은 65세 이전에 심혈관 질환을 앓았다면 본인의 위험도는 증가한다. 하지만 유전적 요소는 여러 위험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유전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금연, 스트레스 관리, 적정 체중 유지 등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예방과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

<오해 5>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면 심장 건강은 안심해도 된다?

건강 검진은 분명 필요하지만 일반 검진에는 한계가 있다. 혈압이나 혈액 검사, 심전도 등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을 평가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관상동맥의 실제 상태를 직접 보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심전도에서 정상 소견을 보이더라도 관상동맥에 이미 심각한 협착이 있을 수 있다. 증상이 없어 쉽게 인지하기 어여울 수 있다. 그래서 운동부하검사나 관상동맥 CT, 심장 초음파 같은 보다 전문적인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심근경색 같은 급성 질환은 뜻 밖의 순간에 나타날 수 있어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주기적인 집중 관찰이 답이다. 

<오해 6> 진통제 먹고 좋아지면 심장마비 위험이 없어진다?

가슴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고 나아진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진통제는 단순히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지, 심근경색 같은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심근경색이 생기면 통증이 없더라도 심장 근육이 계속해서 괴사한다. 우리가 애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심혈관 위험을 오히려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가 장기간 이런 약물을 사용하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진통제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심각한 가슴 통증이 있으면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현명한 조치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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