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상식] 심장암과 남자 유방암
2025-10-13

고혈압을 노년병으로 생각히기 쉽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젊은 고혈압 환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젊어서부터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지만, 스스로 자신의 기저 혈압을 잘 파악해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과 운동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성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난치성 고혈압의 해결사’로 불린다. 2018년부터 질병관리청 저항성 고혈압의 코호트 연구 책임연구자를 맡고 있는 박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지> 10월호 특별인터뷰에서 고혈압 관리를 위한 알토란 같은 정보를 알려준다. 이를 일문일답식으로 소개한다.
- 고혈압의 정의는 어떻게 되나.
“정상 혈압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인 경우로,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이다. 정상혈압 이상이지만 고혈압 기준 미만인 경우에는 주의 혈압과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며, 이 단계에서도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 예방적 관리가 권장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정의된다. 그 수치에 따라 고혈압 1기와 2기로 분류한다.”
- 혈압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달라지지 않나.
“혈압은 측정 장소나 상황, 재는 부위와 자세 등에 따라 하루 동안 수시로 달라진다. 실제로는 고혈압인데 병원에서 재 보면 정상혈압이 나오는 가면(masked) 고혈압도 있고, 이와 반대로 평소에는 정상 혈압이나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white coat) 고혈압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가정에서 혈압을 반복 측정해 일상의 기저혈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 혈압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고혈압은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만성 신장질환 등 주요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혈압은 심장과 혈관에 기계적 부담을 가해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킨다. 심장과 뇌, 신장, 말초혈관 등의 표적 장기에 구조적, 기능적 손상도 유발한다. 때문에 혈압을 낮추는 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1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에서도 수축기 혈압이 2mmHg 감소할 때마다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이 7%, 뇌졸중 사망률은 10%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서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것인가.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한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가족력, 고령 등이 있다. 특히 고혈압은 단일 질환으로는 유병률이 가장 높은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0%에 이른다. 남성이 약 720만 명, 여성이 580만 명이다. 여성은 폐경 이후인 50대부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70세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더 높아진다.”

- 특별히 치료가 잘 안되는 고혈압이 있나.
“요즘은 치료약이 좋아져서 환자의 80~85%는 혈압이 잘 조절된다. 혈압을 떨어뜨리려면 보통은 라스(RAAS) 차단제나 칼슘 통로 차단제, 이뇨제 등 세 가지 약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목표 혈압 밑으로 조절이 안되는 환자들이 10~15% 가량 있다. 이를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5가지 이상의 약재로도 혈압 조절이 전혀 안되는 0.5~1%는 특히 ‘난치성 고혈압’ 환자라고 부른다.”
- 약제가 잘 듣지 않는다면 치료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많이 딱딱해져 혈압 조절이 어려워진다. 비만이나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자들이 여러 약을 먹다보니, 혈압 조절에 방해되는 관절염 약 같은 약물이 있을 수 있다. 유전적 소인이나 환경적 요인도 10~20% 정도 된다. 내분비 양성종양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혈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콩팥으로 가는 동맥이 좁아져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고혈압은 기본적으로 약이 중요하다. 더불어 운동이나 식이 같은 생활습관의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 고혈압 약에 대한 그릇된 정보가 많은 것 같다.
“환자들은 오랫동안 약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유튜브 등에서는 혈압약이 내성이 생겨 안좋다거나 부작용이 많아 절대 먹어선 안된다는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 난다. 과체중으로 고혈압이 생긴 분들은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약을 중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혈압의 원인 교정이 안되면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가족력, 흡연 같은 위험요인을 가진 분들은 약을 끊어선 안된다. 약을 복용해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 치매 예방을 위해 고혈압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들었다.
“고혈압은 치매의 강력한 위험 요인이다. 치매 예방에 제일 중요한 것은 혈압 조절이다. 특히 약 40~65세 사이의 혈압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해외 연구 보고도 있다. 이 시기에 혈압이 높으면 혈관 손상 및 뇌의 미새혈관 변화로 인지 저하와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혈압을 130mmH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 또는 지연에 유리하다고 권고된다.”
- 혈압관리를 위해 꼭 실천해야 할 것들을 알려달라.
“약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비만은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은 결과적으로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연결되어 심혈관질환의 고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반드시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운동과 금연도 필수다.”
- 젊다고 혈압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될 것 같다.
“젊어서 고혈압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합병증도 동반되지 않는다.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젊은 고혈압 역시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미국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에서 40세 미만 485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그룹은 정상혈압군(120/80mmHg)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1.75배, 140/90mmHg 이상인 그룹은 3.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상황은 어떤가.
“국내 고혈압 환자는 1300만 명에 이른다. 그 중 20~39세가 약 89만 명으로 6.9%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의 고혈압 인지율이 34.7%, 치료율이 45.7%, 조절률은 32.9%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인지율(77%)과 치료율(74%), 조절률(59%)보다 현저히 낮다. 젊을 때 제대로 혈압관리를 못하면 중장년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20~30대부터 자신의 기저 혈압을 알아두고, 합병증 예방을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팔요하다.”
- 혈압관리를 위한 필수 생활 수칙을 조언해 달라.
“운동과 식사, 생활습관이 모두 중요하다. 운동의 경우 주 3~4회, 30~40분 정도 가볍게 땀이 나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근력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식사는 저염(低鹽)식을 기본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적색육 섭취를 줄이고 닭고기 살코기나 생선, 콩류, 견과류 등 건강한 단백질 섭취를 권한다. 금연과 절주는 필수이며, 충분한 숙면도 혈압관리에 도움이 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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