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부여행’보다 ‘모녀여행’이 더 인기일까?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한혜경 작가가 무뚝뚝한 남편들에게 보내는 조언
이의현 기자 2025-05-14 11:04:19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최근 해외 가족여행의 트랜드 가운데 하나가 모녀 여행이라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부부 여행이 대세일 것 같은데 의외다.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를 쓴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그 이유를 설명한 재미난 글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린 것이 있어 소개한다. 부부, 특히 나이든 남편들이 꼭 읽어봐야 할 글이다.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여유롭고 행복하게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도 해외여행객들 가운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SNS에는 부부여행보다 모녀여행 사진이나 사연이 훨씬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부부여행과는 도 다른 ‘캐미’가 모녀여행 중 찍은 사진 곳곳에서 묻어난다고 한다. 

한 교수는 부부여행 사진은 모두가 비슷비슷한 배경에 포즈랄 것도 없는 무덤덤한 자세, 어색한 웃음과 표정이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모녀여행 사진에는 재미와 재치가 철철 넘쳐흐른다고 했다. 딸들은 특이한 배경도 잘 잡고, 옷도 센스 있게 잘 입고, 포즈도 다양해 활기 차다고 했다. 엄마들도 부부여행 사진과는 완전 딴 판으로, 훨씬 더  잘 웃고 젊어 보이고 활력이 넘쳐 보인다고 했다. 

때문에 요즘 고령층 친구들 사이에서는 남편과 여행 다녀온 것은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딸과 다녀온 여행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부부여행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모녀여행이라는 트렌드에 힘없이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모녀여행을 SNS에 자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라 딸들이다’ 혹은 ‘딸들이 모녀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여행 경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같은 글도 많이 올라온다. 딸 눈치 보느라고 여행 내내 엄마들이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부여행은 모녀여행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는 생각들이 많은 것은 왜 일까. 평소 싸우다가도 여행만 가면 사이가 좋아진다는 부부도 있는 반면에, 자유여행이든 패키지 여행이든 남편과 같이 다니면 속 터진다는 여자들이 더 많은 탓인 듯 하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그는 모임에서 부부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여성들의 원성이 쏟아진다고 전한다. “패키지 여행이라 다른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데, 매 끼니마다 짜다, 맛대가리 하나 없다, 타박을 하는 바람에 민망해서 혼났다”라든지 “우리 남편은 매번 김치 없냐, 고추장 없냐, 노래를 하더라”며 온갖 불만을 토로하더라는 것이다.

“모처럼 유럽 여행을 갔는데, 시아버지 모시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 아직 멀었냐 하는 통에 너무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화장실 가는데 왜 돈을 내나”며 갈 때마다 투덜거리는데 창피했다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불평은 잘하는데, 감탄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풍경에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니 같이 다닐 맛이 나지 않는다는 불평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내들의 입장에서 남편과의 여행은 ‘칭얼대는 어린 아들이나 까다로운 어르신을 모시고 다니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한껏 기분이 좋아야 할 때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니 여행의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그래서 부부여행이 모녀여행만큼이나 재미있을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소개했다. 첫째, 여행 파트너로서 적당한 긴장감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도 신경 쓰지 않는 예의를 여행 가서 지킨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오히려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텐션을 느끼고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여행의 목적과 의미에 더 어울릴 것이라고 조언한다.

여정이 좀 힘들어서 피곤하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나의 좋지 않은 기분이 여행 파트너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내가 기꺼이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의 긴장감과 예의, 배려심을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부간의 애정과 존경심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부부여행에 필요한 것은 감탄과 경청, 공감을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여행에서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나 상황에 “우와, 멋있다! 예쁘다!” 혹은 “이번에 여행 오길 참 잘했다!”라는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모녀여행에는 넘쳐나는데 부부여행에는 없는 것이 바로 이런 감탄사와 느낌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감탄사 뒤에는 반드시 경청과 공감의 리액션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묵묵부답이나 침묵 속의 공감은 좋지 않으니, 반드시 “오, 그러네! 당신 말을 듣고 보니 더 멋있게 보이네!” 같은 맞장구를 쳐 주라는 얘기다. 

한 교수는 차제에 지금부터라도 평소에 문자나 카톡에 느낌표나 하트 몇 개쯤 보내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했다. 정 안된다면, 여행지에서만이라도 내면에 숨어 있던 감탄과 공감능력, 표현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라고 했다. 그래야 부부여행에서도 모녀여행처럼 웃음과 추억이 가득할 것이고, 앞으로도 아내들이 모녀여행보다 부부여행을 훨씬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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