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조기은퇴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까?
2025-06-25

극심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이제까지 380조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0.7대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고령화 속도는 더욱 가파라 저출산 교령화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문명사학자인 김태유 전 서울대 교수는 “이제 돈을 준다고 아이 낳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처방이 아니라 노인을 부양하는 청년 비율인 ‘부양비’를 줄이는 것이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내놓은 신간 <청년이 없는 나라>에서 “지금같이 인구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상황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한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통해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생산성 향상보다 인구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되어 대한민국이 역사에서 사라지기 전에,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는 것이 확실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여전히 일 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은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남아 생산과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일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한국 사회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유럽국가는 기존의 3층 연금체제(국민연금, 최직연금,개인연금)에 일자리 제공을 더한 4층 보장체제 도입을 실험 중이다. 일본도 ‘고령친화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고령자들이 ‘나는 아직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연금 몇 푼 더 받게 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차제에 ‘복지’ 개념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에서 ‘참여’로, ‘지급’에서 ‘기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할 수 있는 고령자를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이 시대 부양비 문제의 실질적인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고령화 정책은 최소생활보장과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시해적 복지 개념에서 벗어나, 생산적 복지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령자들은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국가는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 의존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을 복지 대상이 아닌, 숙련된 경제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일하는 고령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일하는 고령자 사회’로의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평생에 걸친 자기계발이 필수다. 평생현역으로 살아가기 위한 평생학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사회 전반에는 고령자들이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2024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9%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의 3배를 넘는다.
결국 고령자가 일을 원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곤에 빠지는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들의 경험과 역량, 그리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사회가 제대로 활용한다면 고령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 재취업 정책은 기준고용률 제도, 정년연장 권고, 취업알선 지원, 직업훈련 실시, 고령자 우선고용 직종 선정, 고용촉진 장려금 등으로 꽤 다양해 보이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많은 사업장이 기준고용률을 형식적으로 초과한 상태라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게 될 강제 수단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년연장 정책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상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노력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 고령자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는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정작 고령자들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이 제대로 반영되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
현재의 재취업 교육도 전문성이 부족하고 대부분 단기 서비스직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고령층이 장기적으로 역량을 쌓기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직종을 지정해 채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고령자우선고용직종제도와 취업 알선 정책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실제로 고령자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들 대부분이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교수는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 정책을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해법으로, 청년층이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종으로 진출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되면 고령자가 청년들과 경쟁하지 않고 관리나 행정, 사무 등 고령자가 경험과 경륜을 살려 잘 살 수 있는 직무에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세대 간의 역할이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고령자에게 맞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은퇴 시점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시기에 따라 어울리는 일을 다시 배치하고 필요할 때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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