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해외 고령화 트렌드⑪ 폐교 위기 대학의 돌파구 UBRC(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
2025-08-14

베이비 붐 세대들이 본격 은퇴기를 맞고 있다. 정년 퇴직 후라도 아직 일할 여력이 충분하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특히 임원으로 퇴직한 사람들은 그 ‘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범위나 처우 면에서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전 매일경제 도쿄특파원)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를 경험했던 일본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우리 현실과 비교해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단카이 세대’의 퇴직 러시 때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어서 소개한다.
김 대표는 일본의 경제 주간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당시 소개한 ‘재취업 가능성 체크리스트’를 먼저 언급했다. 리스트에는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15개 항목이 제시되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대기업 임원 출신’이었다. 현역 시절의 능력과 그에 따른 높은 연봉,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사회적 위상 같은 ‘눈부신 과거’가 퇴직 후 재취업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재취업 걸림돌 리스트에는 ‘자존심이 센 편이다’, ‘잘 타협하지 않는다’, ‘연봉 감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주요 항목으로 제시됐다. 결국 ‘사회적 유연성’이 부족한 퇴직자들도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쪽으로 분류됐다. 새 직장에서는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지도를 받아야 하고, 나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60세 이상 시니어 등록 회원들을 시설관리나 경리총무, 임원후보 등 폭 넓은 업종에 파견하며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는 인재파견 기업 마이스터 60이 제시한 ‘유용한 시니어’와 ‘외면당하는 시니어’의 분류법을 소개했다. 마이스터 60은 재취업에 외면당하는 시니어 가운데 으뜸 유형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을 꼽았다.
역할이나 직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기술과 지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외면당하는 시니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됐다.
반대로 재취업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유형은 ‘전문성과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도 시니어 채용 1순위로 꼽혔다. 이런 능력과 함께 밝은 성격, 넘치는 활기, 균형 감각, 사고의 유연성 등이 ‘유용한 시니어’의 덕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스터 60은 “자신의 역할을 눈치 빠르게 인지하고, 젊은 경영자와도 대화가 가능한 유연한 감각을 갖는 것 또한 재취업의 주요 성공 포인트”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가 2년 전에 60대 남녀 퇴직자 약 1200명을 대상으로 “지금 가장 불만스러운 것,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설문해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돈, 개인생활, 건강, 일 4가지 분야 가운데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남녀 모두 역시 ‘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응답자들이 돈에 대한 후회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역 시절의 직급이 무엇이었나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계장, 주임급 등 퇴직 당시 낮은 직급의 은퇴자들은 돈에 대한 후회가 많은 데 비해, 경영층과 임원급들은 돈도 건강도 아닌 ‘개인 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답했다. 일에 쫓겨 취미생활이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 충실할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을 가장 아쉬워한 것이다.
개인 생활에 대한 후회 가운데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 두지 못한 것, 평생 취미를 만들어 두지 못한 것, 회사 이외의 갈 곳을 만들어 두지 못한 것, 자녀들과의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 등이 제시됐다. 김 대표는 “흥미로운 것은 직급별로 개인생활에 대한 후회에 차이가 있었는데, 경영층과 임원급에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공부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일’과 관련해서는 전문성, 기술 연마, 외국어와 자격증 취득에 관한 후회가 상위를 차지했다. 직급별로는 고위 관리직은 ‘은퇴 후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외국어 공부를 해 두었으면’하는 후회가 많았다. 반면 중간 관리직은 ‘은퇴 후 재취업에 필요한 자격을 취득해둘 걸’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일반 사원급은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본 은퇴 전문가들은 이렇게 개인 생활 부문에서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먼저 50세부터 인간관계를 ‘은퇴형’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그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 ‘지역 데뷔’가 추천됐다. 현역에 있을 때 미리 지역 봉사 활동이나 취미 동호회 같은 모임에 참여해 ‘은퇴 후 인간관계’를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그는 은퇴 후 부부 생활에도 새롭게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주거환경연구소’가 5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퇴 후 부부 일상생활’에 대한 의식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개인 시간은 은퇴 후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남성은 52%인 데 비해 여성은 74%로 상당히 높았다고 했다.
반면에 ‘취미 등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한 남편이 23%인데 반해 부인 쪽은 그 절반 수준인 12%에 그쳤다고 한다. 이에 일본 은퇴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사소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부터 서로 의식의 간격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일본의 은퇴 선배들은 퇴직을 앞두고 최소한 5년 전부터 다섯 개의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는 얘기를 전했다.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취미를 저축’하고,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교양(지식)을 저축’하고, ‘건강의 저축’은 필수이며, 노후가 외롭지 않도록 ‘친구를 저축’하고, 품위를 잃지 않도록 ‘돈을 저축’하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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