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고용보험 가입기준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30년 만에 개편

고용노동부,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 입법예고...N잡러 등 혜택 기대
이의현 기자 2025-07-07 19:03:49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근로 시간’에서 ‘소득’으로 전면 개편된다. 지난 1995년 고용보험 시행 이후 30년 만이다. 고용 형태의 급격한 변화 추이를 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8월 18일까지 입법예고한 후 10월 중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특히 노·사 대표 및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소득액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고용보험이 앞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고용 안전망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 30년 만에 고용보험 적용기준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7일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근로 시간과 관계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월 60시간 이상(주 15시간 이상) 근로자만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 시간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거나 초단기로 여러 일자리를 도는 영세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가입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도 각각의 사업에서 얻는 소득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합산한 소득이 소득 기준을 넘어서면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고용보험 가입 적용기준이 소득으로 바뀔 경우 국세 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도 미가입자의 가입 누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원하는 누구나 신청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입법예고는 지난 2023년 3월부터 노·사·전문가가 11차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최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이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이 꼭 보호해야 할 취약 근로자들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고용보험 가입 기준은 이제까지 주 15시간의 소정 근로시간이었다. 하지만 고용형태가 크게 변화하고 이른바 ‘n잡러’가 급격히 늘고 일자리를 이동하며 이직과 퇴직이 잦아지면서 근로시간 기준의 효용성이 제기되어 왔다. 노동시장 내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마당에 30년 전의 기준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현장조사를 통해서도 소정 근로시간을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자연히 가입이 누락된 근로자를 찾아내거나 직권 가입을 유도히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고용보험에 가입 자격이 충분한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 수가 사업주의 신고 누락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혜택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이 이뤄지면 앞으로는 가입 기준이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변경되어, 국세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도 가입 누락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원활한 가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연내 구축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과 연계되면 매달 미 가입 근로자를 확인해 직권 가입시킬 수도 있게 된다.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특히 각각의 소득이 새로운 기준에 미달되더라도, 합산 소득이 소득기준을 넘으면 근로자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어 앞으로 상당 수 근로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후속 조치는 어떻게?

노동부는 국세 소득신고로 대체할 수 있는 고용보험 신고를 폐지 또는 간소화할 방침이다. 또 고용보험 행정을 통해 구축된 실시간 소득자료를 각종 일자리 사업 지원 대상 발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보험료 징수기준도 월 평균보수에서 실 보수로 바꾸는 작업이 이어진다. 현행 고용보험료는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매년 3월 신고하는 전년도 보수총액으로 정해진다. 공단이 신고된 보수총액을 12개월로 나눈 ‘월평균보수’가 당해연도 고용·산재 보험료를 부과 기준으로 삼고, 실 보수와의 차액은 다음연도 보수총액 신고 때 별도 정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는 근로복지공단에 별도로 보수총액을 신고할 필요 없이, 매달 국세청에 신고하는 당해연도 실 보수로 고용·산재보험료가 정해지게 된다. 지급처럼 실 보수와 차액을 별도 정산할 필요도 사라진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산정기준도 평균임금에서 실 보수로 변경된다. 현재 구직급여 지급기준은 ‘평균임금’이기 때문에 구직급여 지급을 위해 이직 전 임금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구직급여 산정기준을 보험료 징수기준과 같게 할 방침이다. 

일시적인 소득변동에 따라 구직급여액이 달라지지 않도록 산정기간도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준 변경과 절차 개선이 간편해져 구직급여액 산정이 쉬워지고 자연히 지급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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