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복지부 간병 급여화 초안 발표 … 본인부담 줄어 좋지만 관련 예산은 어디서?

6조 5000억 원 재원 마련 방안 시급...요양병원 정상 운영방안도 함께 살펴야
이의현 기자 2025-09-23 09:39: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간병비용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최대 30% 수준까지 낮아진다. 중증 이상의 환자를 돌볼 의료중심 요양병원도 500곳까지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의료중심 요양병원(가칭) 혁신 및 간병 급여화'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6조 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 혁신과 간병비 급여화 정책이 환자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최대 난제는 ‘재원’이다.

◇ 2030년까지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곳으로 확충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1391곳, 병상은 26만 4000개 규모에 환자 수는 약 21만 5000명이다. 이들 환자 가운데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는 약 8만 명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200곳, 2만 병상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의료역량과 병상 구조를 갖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500곳, 10만 병상까지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의료필요도가 높은 환자 8만여 명을 수용할 10만 병상을 확보함으로써 이들의 간병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본인부담률을 현재의 100%에서 30%까지 낮추면 현재 월평균 200만∼267만 원인 간병비는 60만∼8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도·최고도 환자와 치매·파킨슨병 등 일부 중등도 환자 선으로 급여 대상을 검토 중이다. 대신에 간병인을 4인실에 1명 꼴로 배치하고 3조 3교대로 근무하는 공동 간병 체계도 만들 방침이다. 요양보호사를 기본으로 하되, 사전 교육을 전제로 외국인도 일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간병 인력 관리를 맡을 교육전담간호사까지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객관적 판정 및 확인 체계를 구축해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판단하고, 주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부족한 간병인 확보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도권 밖의 지역에서는 외국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현재까지 간병비는 100% 환자가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본인부담 30% 내외로 건보 급여화하려 한다”며 “요양병원 혁신, 내년 3월 시행되는 통합돌봄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별 기준이나 간병 인력 수급 및 관리방안 등에 관한 추진 방향을 오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후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12월께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6조 5000억 재원 마련 방안부터 확실히 해야 

중증 환자에 대한 혜택은 높아지는 반면 증세가 경미하거나 장기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들에 대해서는 간병비 뿐만 아니라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증 환자의 간병비를 높이고 진료비 지원을 줄여 중증 환자 관리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증환자와 선택입원 환자는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현재의 20%, 40%에서 공히 50%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6개월 이상 입원 환자는 간병비 본인부담률이 10% 높아지고 1년 이상 장기 입원자는 20%나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6개월~1년 이상 입원은 외국 어디서도 병원 진료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환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용 부담 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한 대로, 문제는 언제나 ‘재원’이다. 전체 파이가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딘가의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정부 방침대로 추진하려면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 등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5년 간 모두 6조 50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재정 확보 방안은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간병비 지원 1단계 시범사업의 재원을 전액 국비로 충당했다. 하지만 2단계부터는 건강보험 재정을 직접 투입할 방침이다. 결국 고령화에 따른 간병 부담 증가는 그대로 개인 부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한 달 평균 간병비용이 4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병 파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미 내년에 건강보험의 적자 전환이 유력하고 2033년에는 준비금까지 소진될 것이란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그리지 않고 수 조원이 들어가는 정책을 강행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적 재원으로 간병비를 지원하겠다는 기본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선 재원 조달에 대한 보다 세밀한 어프로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간병인이 필요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복안이지만, 전체 병상 기준으로 10% 정도에 불과할 만큼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참에 요양병원들이 꼭 필요한 환자 위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요양병원 개혁과 간병비 급여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음을 정책 당국은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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