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 아름다운 전통문화 '벌초(伐草)'

조진래 기자 2025-09-24 08:56:41

요즈음 TV를 보면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는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이어지고 있어 흐뭇한 생각이 든다. 벌초(伐草)란 조상의 산소에 자란 풀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백중(음력 7월 15일)을 지나 처서가 되면 풀이 성장을 멈추는 시기이므로, 이 때 벌초를 하면 오랫동안 산소 주변이 깨끗해져 성묘하기에 좋다.

하지만 벌초는 단순히 풀을 베는 작업이 아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대 간 유대감을 다지고 조상의 산소를 단정히 가꾸는, 후손으로서 예를 다하는 의례행위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조상의 묘에 풀이 무성한 것 자체를 불효로 여겼다.

옛날부터 산소는 ‘유택’이라 해서 주택과 똑같이 관리를 했다. 불이 나서 잔디가 타면 짚으로 여물을 썰어서 산소 주변에 뿌려서 마치 잔디가 살아있는 것처럼 관리를 했다.

제주도 속담에 ‘추석 전에 벌초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라는 말이 있다. 추석 전에 꼭 벌초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식 때 산소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잔디와 나무를 심고 쥐구멍을 막아 산소주변을 정리했지만, 막상 벌초하러 가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도저히 산소 같지가 않다. 

벌초를 하려면 예초기와 낫, 장갑, 보호 안경, 긴 소매 옷, 모기 기피제, 식수 등 안전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벌초하는 동안에 제초기에 베이고 뱀에 물리고 말벌에 쏘이고 진드기에 물려 고열이 발생해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니 유의해야 한다. 

쉴 때에는 방석을 깔고 앉아야 안전하다. 벌은 검정색을 보면 공격하고 흰색을 보면 피한다고 하니, 밝은 색 옷을 입고 흰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최근 벌초 대행업체가 성행해, 돈만 내면 벌초를 대신 해 준다. 그러나 후손들이 벌초하고 약간의 과일과 술을 준비해서 묘제를 지내면 복을 받는다. 벌초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문화이므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정운일 시니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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