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사고 많아 불가피" vs "절대 NO”...

박성훈 기자 2025-01-28 09:59:45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최근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고령자 운전 사고가 빈번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조례 등을 제정해 20만 원 안팎의 현금 보상을 면허 반납의 대가로 지급하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과연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은 합리적인 선택일까.

◇ 교통연구원 “고령자 면허 1명 반납시 교통사고 0.01건 줄어”
한국교통연구원은 얼마 전 학술지 <교통연구>를 통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할 때마다 교통사고가 0.01건 가량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최재훈 군산대 법행정경찰학부 교수와 염윤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215개 지역에서 발생한 고령자 교통사고와 누적 면허 반납 건수를 분석해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정책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을 제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000명 당 누적 반납 건수는 2017년 1.1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8년 4.5건, 2019년 20.9건, 2020년 36.5건, 2021년 50.9건, 2022년 67.3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면허 소지자 1000명 당 2017년 10.4건에서 2018년 10.5건, 2019년 10.3건, 2020년 8.5건, 2021년 7.8건, 2022년 7.8건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에 저자들은 “지역에서 고령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하는 경우, 1년 동안 0.0118건의 사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명 반납 시 인적·물적 피해 비용과 사회기관 비용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42만 원 감소한다고 했다.

◇ 전문가들 “고령자 사고 비율이 더 높다는 통계 없어… 면허 반납 안될 말” 
국내외 의료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통계에 의혹을 제기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유사한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비등했었는데, 이곳 전문가들도 고령자들로부터 운전면허 반납을 강제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말한다.

<건강수명 100세 습관>을 쓴 일본 항노화 의료 전문가 이가세 미치야 교수는 “고령자 운전 사고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특별히 높다는 통계는 현재까지 나온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의 전설적인 자동차 드라이버들이 만든 ‘레전드 레이싱 드라이버스 클럽’의 멤버들은 평균 나이가 75세를 넘겼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번씩 고속 서킷 ‘후지 스피드 웨이’에서 200km/h로 달리며 안전하게 스피드를 즐긴다고 전했다.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이가세 교수는 “고령자라고 해서 면허증을 반납할 필요는 없다”면서 “지방에 사는 고령자, 특히 남성은 운전 면허가 있어 직접 차를 몰고 원하는 것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항상 차를 몰고 외출했던 사람이 면허를 반납해 버리면 외출하는 기회가 확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활동 범위가 좁아져 그로 인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운동량이 줄어 수년 내에 ‘개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거나 치매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팀이 65세 이상의 남녀 2800명을 10년에 걸쳐 추적관찰한 결과, 자동차 운전을 그만 둔 사람은 운전을 계속한 사람에 비해 보호가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2.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운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활동량이 줄어들고 의욕과 근력, 체력이 모두 감소하기 때문이다. 운전 활동 자체가 뇌 기능과 반사 신경 훈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을 보러 차를 몰고 가서 매장을 둘러보는 것도 운동이 된다고 말한다.

와다 히데키 고령자 전문 정신과 전문의는 “고령자들은 운전면허를 절대 반납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운전 조작 실수로 인한 고령자 교통사고가 자주 보도되고 있지만, 언론의 실제 이상 부풀리기 영향이 큰 탓이라고 반박했다.

면허증 반납은 결국 고령자들의 활동성을 꺾어버리고, 운전을 그만둔 후 긴급히 간병받을 처지에 놓이면 더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인 운전은 위험하지 않다”면서 “일본에서도 60대 이상 교통사고율보다는 30~60대 사고율이 월등히 높다”고 반박했다.

◇ 부실한 혜택으로 반납 강제하는 것은 ‘무리’
국내 자치단체들은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현금이나 교통카드로 10만~2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악한 인센티브로 운전면허 반납의 효과를 높이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중교통이 잘 구비된 도시지역과 달리 교통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 정도 인센티브로 운전대를 놓게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재훈 교수도 “도시와 비슷한 수준의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대중교통과 택시를 연계하는 ‘100원 택시’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세 교수도 고령 운전자들이 반납 시기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정도 자신의 운전 능력에 문제가 없는 지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 보면서 상의 후 면허 반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70세 이상 후기 고령자들에 대해선 특별한 안전 장치를 보완함으로써 고령자 사고를 예방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술한 인지 기능 검사나 운전 적합성 검사를 정확히 해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운전 가능 여부 판단을 돕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령자들도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나 순단 판단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소 뇌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으로 근력 보강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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