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손주 잘 키우려면 ‘건편(건강한 편식)’이 필요해요
2025-05-29

2016년에 <라이프 시프트(LIFE SHIFT) 100세 시대 인생 전략>라는 책이 출간되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100세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영국의 경영학자 린다 그래튼과 경제학자 앤드류 스콧이 공동 저술한 이 책은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 기존의 ‘교육→직장→은퇴’라는 3단계 모델에서 벗어나, 다단계 커리어를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가 이런 메시지를 실천 중인 일본 기업 ‘라이프 시프트 재팬’의 카와노 준코 CMO(최고마케팅경영자)를 인터뷰한 글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올려 주목을 끈다. 2부에 걸쳐 기고된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라이프 시프트 재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인생 100세 시대를 보다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라이프 디자인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법론을 개발해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연수를 제공한다.”
- 라이프 시프트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일본 사회는 집단에 대한 동조 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스스로 변화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크다. 일본에서 라이프 시프트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사람은 누구나 가속페달(엑셀)과 브레이크를 갖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브레이크를 많이 밟는 경향이 있다. 더 활기찬 노후를 맞으려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라이프 시프트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기 재발견’ 과정이라고 본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다시 평가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서 자신의 부족한 기술은 무엇인지, 앞으로 필요한 스킬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가 하는 일이 그 도전을 돕는 역할이다.”
- 100세 인생에서 라이프 시프트가 왜 꼭 필요한가.
“100세 시대에 가장 큰 불안 요소는 ‘건강’과 ‘돈’이다. 현재 60대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실천하며, 대다수는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0대는 제2의 사춘기다. 60대를 향한 라이프 시프트의 과정은 곧 ‘내가 원하는 나를 찾는 여정’ 이라고 할 수 있다.”
-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중년의 위기를 자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50세 전후가 되면 어느 정도까지 출세할 수 있을지 대략적인 윤곽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직시하기보다 애써 외면한 채 하루하루 업무에 몰두한다. 사춘기가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라면, 50대는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시기이다. 이제는 회사에서 정한 역할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배움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역시 회사원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53세에 퇴직한 후 5년이나 방황했었다. 미국과 필리핀으로 단기 영어 유학을 다녀오고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했다. 56세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게이오대학교 SFC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 되었지만, 결국 ‘나는 비즈니스 세계가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라이프 시프트 재팬의 CMO가 되면서 비로소 ‘정말 되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은퇴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을 120명 가량 취재했다고 들었다. 그분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었나.
“첫째, 작은 일부터 시도한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작더라도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본다. 실패를 해도 리스크가 적고, 자연스럽게 실력이 쌓인다. 둘째, 자신을 고용한다. 이른바 ‘1인 창업’이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으로 전환한다. 이것이 바로 라이프 시프트다. 셋째,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한다.”
- 여성이 더 오래 사는 시대다. 여성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1986년이 일본 여성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해였다. 그해 시행된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큰 뱐화를 가져왔다. 직장 내 성차별이 금지되었고, 이후 육아휴직법, 여성활약추진법 등이 도입되면서 여성들이 남성과 대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은퇴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할 때다.”
- 여성들이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려면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인생 100세 시대는 오래 일하는 시대, 계속 배우는 시대라는 점이다. 정년 이후에도 오래 일하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진의 기회가 있다면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시야가 넓어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정년 후 스스로 자신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배우거나 부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학교나 지역 활동 등을 통해 회사 밖의 새로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노후 대비에 가장 좋은 투자는 ‘오래 일할 수 있는 나’가 되는 것이다.”
- 오래 일하려면 오래 건강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건강 유지를 위한 3원칙이 있다.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이다. 나는 40세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덕분에 갱년기도 없고 체중을 계속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식사와 수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오래 일함으로써 건강을 얻기도 한다. 실제로 건강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때문에 건강해지고 있다.”
-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 들려달라.
“82세에 ‘똑딱이 가방’ 장인이 된 사이토 카츠씨다. 한 달에 100개씩, 개당 1만 엔짜리 똑딱이 가방을 만들어 판다. 몇 가지 사업이 번번이 잘되지 않았고 68세에 큰 병을 앓은 후 70대까지 오랜 동안 병상에 누워 지내면서 매일같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재봉틀 수리를 부탁한 것을 계기로 재봉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원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빠르게 실력을 키워 반년 후에는 ‘팔아도 부끄럽지 않은’ 똑딱이 가방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선물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정관념이나 역할의식에 얽매이지 말기 바란다. 나답게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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