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잘 헤어져야 잘 산다⑨ 이혼 취소 및 무효<끝>
2025-05-28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가장 마음 쓰는 것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의학자인 유성호 박사가 <유언 노트>라는 최근 저서에서 지난 2018년 말에 암 환자와 그 가족들, 의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전체 그룹에서 고르게 첫 손에 꼽힌 것이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기’였다. 그리고 바로 뒤를 이어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가 꼽혔다.
설문은 전체 3940명을 대상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되었다. 일반인이 1005명, 암 환자가 1001명, 가족 간병인 및 환자 가족이 1006명, 여기에 의사도 928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암 환자의 28.7%가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기’를 좋은 죽음의 최고 기준으로 꼽았다. 이어 24.5%가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 18.8%가 남겨진 일 정리하기’였다. ‘통증에서의 자유로움(11.9%)’, ‘삶의 의미 느끼기(7.9%)’ ‘신앙의 평화(4.8%)’가 뒤를 이었다.
일반인들 역시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기(2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22.4%)’나 ‘남겨진 일 정리하기(20.4%)’ 등의 항목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 암 환자들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반면에 환자 가족과 가족 간병병인들은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가 25.9%로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기(25.5%)’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아무래도 간병하는 입장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어줄 필요성을 느낀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겨진 일 정리하기’도 20.8%로, 이 역시 환자가 생을 잘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환자를 마지막까지 치료하고 돌보는 의사들의 경우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삶의 의미 느끼기’와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기’가 각각 27.8%, 27.1%로 압도적이었다.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기(12.9%)’나 ‘남겨진 일 정리하기(10.3%)’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기타 항목 가운데 ‘집에서 임종맞기’도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길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는 일반인만 2.1% 그렇게 희망했을 뿐, 환자(1.2%). 가족(0.9%)은 거의 대부분 반대였다. 특히 의사들은 0.1%에 그쳤다.
이밖에 치료의 선택권, 의식 유지, 재정적 문제의 해결 등의 항목도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거나 가족에게 부담되기 싫다는 항목이 워낙 많은 표를 받아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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