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상태를 알면 신체의 문제를 알 수 있다?
2025-06-13

일본 생활재활연구소의 미요시 하루키(三好春樹) 대표는 1985년부터 이른바 ‘생활재활’을 주제로 활동 중인 고령자 간병 전문 재활치료사다. 그는 고령자들을 간병할 때는 간병 받는 사람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요시 하루키 대표가 제안해 간호 현장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인지증(치매) 대응 7대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환경을 바꾸지 않는다. 고령자에게 가장 큰 환경 변화는 ‘잠자리’다. 입원이나 요양원 입소가 대표적이다. 갑작스런 주거생활의 변화가 스트레스가 되어 인지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고령자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나 고향에서 머물기를 원한다. 따라서 주거지를 옮기더라도 가능하면 기존에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째,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옮길 경우에 이제까지 자연스럽게 지내오던 생활 환경을 바꾸어야 하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기존의 생활습관을 갑자기 뜯어고칠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천천히 자연스럽게 공동 생활에 맞춰 생활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배려해 주는 것이 좋다.
셋째, 인간관계를 바꾸지 않는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없어지면 고령자들은 큰 불안감을 느낀다. 요양시설에서도 그런 이유로 가급적 담당직원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요양(병)원이라도 가능하면 자주 가족들이 면회를 와 얼굴을 보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미요시 하루키 대표는 “환경에 적응시킨다며 초기에 가족 면회를 불허하는 행위는 금물”이라고 했다.
넷째, 간병은 가급적 ‘기본’형으로 한다. 간병의 3대 기본 요소인 식사와 배설, 목욕만 제대로 이뤄져도 고령자들의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인지증 환자일수록 맛있는 음식에 갈증을 느끼고 그것이 해결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귀찮다고 처음부터 성인용 기저귀를 채우려 하거나 차려 하지 말고, 반드시 회장실에 가서 일을 보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다섯째, 개성적인 공간을 만든다. 본인의 손떼가 묻은 물건들은 인지증 환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게 해 위로감도 준다. 안전이나 청결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이런 개인 소장품 하나 없이 지내도록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인지증 환자들은 그런 물건 덕분에 공동의 공간도 개인 공간을 인식해 안정감을 갖는다고 한다.
여섯째,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인지증 환자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그만의 역할을 부여하면 의외로 집중력과 안정감이 높아진다. 특히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자신의 인지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정신적, 신체적 수준에 맞는 역할을 수행케 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몰라보게 활력이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곱째, 개별적인 인간관계를 맺게 한다. 인간관계 유지는 인지증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큰 안정감과 위로감이 온다. 미요시 대표는 “공감해 주는 친구, 모범이 되는 친구,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등 세 부류의 친구가 옆에 있어 준다면 한층 인지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간병인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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