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상태를 알면 신체의 문제를 알 수 있다?

고난도 망막질환 수술치료의 권위자 김성수 세브란스 교수가 전하는 '눈 치료'의 중요성
박성훈 기자 2025-06-13 21:55:38
김성수 세브란스 안과 교수. 사진=세브란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김성수 세브란스 안과 교수는 "눈은 우리 몸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메타'라고 말한다. 눈의 상태가 우리 몸 곳곳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라는 얘기다. 고난도 망막질환 수술치료의 권위자인 김성수 교수가 세브란스 뉴스 6월호에 소개한 눈과 각종 질환의 연관 관계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진 것 같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더 그런 것 같다.

“미국에서 초등학교 입학생들의 시력과 외부활동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흥미롭다. 5년 동안 아이들의 근시, 외부활동, 독서, 학습과 학업 성취도, 키 등을 다 분석했더니 외부활동이 없는 아이들, 즉 실내활동만 한 아이들만 근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광을 많이 쏘이면 근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20세 이하에서 10명 중 9명이 근시라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집, 학교, 학원만 오가면서 외부활동 시간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부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최근에 눈 치료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 지 궁금하다.

“망가진 망막상피세포로 인해 시력을 잃은 환자의 세포에 정교한 수술로 정상 유전자를 넣어 시(視)기능을 일부 개선하고 시야를 넓히는 유전자치료가 세계적인 관심 주제다. 우리나라에서도 RPE65 유전자 변이에 대한 유전자치료제가 도입되었다. 지난 30년 연구 개발의 성과인데 결과가 드라마틱하다. 세브란스 변석호 교수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데, 시력이 전혀 나오지 않아 안내견의 도움을 받던 환자가 이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시력이 나온다. 황반변성의 치료 약제가 5~6가지로 늘어났고, 점액 횟수도 줄어들어 환자들이 많이 편리해졌다.”

- 몸이 안 좋아지면 눈에서 다 티가 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눈이 건강의 바로메타라는 뜻인가.

“환자들 눈의 망막을 많이 살펴보는데, 망막은 혈관이 있는 구조라 전반적인 혈관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눈에 생기는 이 미묘한 변화는 전신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이다. 고혈당으로 혈관벽에 지방이 쌓이면 혈관이 망가지는데 이 상황이 눈 속의 혈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혈관 기능이 떨어지고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겨나기도 한다. 수분 배출이 안 되면 망막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되어 시기능이 떨어지고 뿌옇게 보인다. 당뇨병이 있으면 백내장도 많이 생긴다. 당뇨병은 신경조직을 퇴행시키는데 대표적인 눈질환으로 녹내장이 있다. 고지혈증, 동맥경화가 있을 때 눈 속에서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심장질환에도 주목하고 있다.”

- 2020년에 망막 영상으로 심장질환 여부를 알아내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던 것으로 안다.

“망막 영상을 통해 AI(인공지능)로 심장질환을 알아보는 방법은 이미 정착이 되었다. 얼마 전 한 환자의 눈을 살펴보다가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심장내과로 환자를 보냈는데, 관상동맥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심각한 대동맥박리를 발견해 수술을 받게 했다. 대동맥박리는 급사(急死) 위험이 높은 무서운 질환이다. 이렇게 눈 사진을 통해 환자의 전신질환을 읽어낼 수 있다. 눈의 망막, 수정체, 각막, 홍채 등의 변화를 통해 몸의 문제를 읽어내는 것이다. 현재는 콩팥에 문제가 생기는 신부전 분야를 연구 중이다.”

- 다른 질환이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잘 안 보이는’ 문제가 반드시 눈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의 시야를 살핀다. 어떤 분은 뇌하수체 종양이 시신경을 눌러 잘 안 보여 신경외과에서 뇌 수술을 받아 호전되었다. 우울증 같은 문제가 시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우울증을 치료해야지, 시력을 치료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전신질환의 치료는 안과 치료에도 영향을 준다.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눈 상태도 굉장히 안 좋다. 심장 상태가 좋아지면 눈도 좋아지는 사람이 많다. 혈당 조절이 잘 안되는 상태라면 망막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즉, 전신질환이 여러 눈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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