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잘 헤어져야 잘 산다④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박성훈 기자 2025-05-15 08:17:58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서로 다른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 한 가정을 이뤄 백년해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불가피하게 성격이 안 맞아서, 혹은 이런 저런 가정 환경 탓에 뒤늦게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도 가능한 ‘잘 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혹는 법적으로도 그렇다. 이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잘 이혼하는 법, 꼭 챙겨야 할 사항 등을 시리즈로 묶어 살펴본다. 

-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오히려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파탄주의’와 ‘유책주의’ 가운데 어느 쪽을 법원이 택하느냐의 문제다. 파탄주의는 가정이 ‘이미 파탄이 난 상황' 자체를 중시한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인용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유책주의는 파탄의 결과 자체보다는 ‘유책배우자의 유책 행위’를 더 중하게 법리적으로 판단해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입장이다.”

- 우리 법원에서는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판례는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되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일부 인정하는 입장이다.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를 파탄주의로 변경해 달라는 상고가 있었지만, 대법원이 2015년에 전원합의로 기각한 바 있다. 결혼 관계 당사자들의 도덕성과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파탄주의로 변경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 예외적으로 어떤 때 파탄주의를 허용되나.

“유책배우자가 아닌 상대배우자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이혼청구가 허용된다. 또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되곤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 혼인파탄의 유책성과 상대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될 때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일부 허용되고 있다.”

- 상대배우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불합리한 조치가 아닌가.

“유책배우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대방도 속으로는 이혼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유책배우자에 대한 배신감에 복수심 혹은 오기로 혼인 유지를 계속 고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탄의 정도가 더 심해잘 것을 우려한 것이다. 혼인생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상대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보면 된다.”

- 상대배우자의 추후 유책행위도 그런 판결의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 혼인 파탄 상태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컸지만 상대방배우자의 유책 행위도 판결의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상대배우자의 유책 행위가 유책배우자의 혼인파탄 이유와 관계없이 저질러졌거나 그 정도가 유책배우자의 유책사유에 비해 현저하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면 특별히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 그렇다면 유책배우자 입장에서도 상대배우자의 유책행위 증거를 얻는다면 소송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인가.

“법리상으로는 그렇다. 다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폭행이나 폭언을 증명할 수 있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사진, 진단서 등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유책배우자가 반성하고 상대배우자가 이를 용서해 다시 원만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지만, 부득이한 경우에 대비할 필요성도 있다.” 

[참고]

* <이혼전문변호사의 秘書(비서)>. 박진영. 지식공감. 2025.

*  <양나래 변호사의 이혼상담소>. 양나래. 길벗. 2024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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