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와 DC 반반 섞인 ‘혼합형’...퇴직연금 운용 큰 메릿 있을까?
2025-05-28

일본 (주)웰스펜트의 요코타 켄이치 대표는 ‘금융 웰빙(Financial Well-Being)’이라는 개념을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린 금융 설계 전문가다. 그는 도쿄대학 물리학과 및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금융교육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100세 시대, 어떻게 자산을 만들고 어떻게 써야 행복할까?’라는 화두에 평생을 걸고 있다. 신미화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학 경영학부 교수가 그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소개했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재구성해 요약 소개한다.
- 물리학 전공에서 금융교육 회사를 창업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물리학과에서 금융공학을 접하면서 증권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보수 면에서도 매력적이었다. 노무라증권에서 17년 동안 트레이딩, 경영기획, 핀테크 전략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고 연금과 펀드, 주식 등도 운용했다. 하지만 동료들조차 금융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자산 형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연금, 보험, NISA(소액 투자 비과세제도; 한국의 ISA와 유사) 등 기본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했다. 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2018년에 ‘보통 사람에게 보통의 자산 형성을!’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무 설계사 업무와 금융 교육을 기반으로 한 ‘웰스펜트(WELL SPENT)’를 창업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해 각자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는 철학을 담았다. 연 100만 페이지 조회수를 기록하는 금융정보 사이트 ‘자산형성 핸드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꾸준히 제공 중이다. 가계 상담과 라이프플랜 시뮬레이션도 병행하고, 기업과 대학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 웰빙’ 교육 등 평범한 사람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 ‘금융 웰빙’이란 무엇인가.
“나는 금융 웰빙의 정의를 ‘매달 지출을 통제하고, 미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며, 인생의 선택지를 넓혀나가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자산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하고, 삶과 연결된 머니 플랜을 수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노후 자금’이다. 왜 그럴까.
“노후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배포 중인 ‘자산형성 핸드북’이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생애 주기별 지출 예측과 월급명세서 이해, 세금·보험·연금·투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다. 2024년 9월에 내가 전면 감수를 맡은 일본 최초의 ‘금융 웰빙 검정시험’이 시행되었다. 이 핸드북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금융과 세금, 생애 설계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 단순히 돈만 많이 모으는 것을 경계한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 곡선’이 더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수입을 늘리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돈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에 우리는 끝없는 비교와 불만족에 빠지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을 통해 어떤 삶을 실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갖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계속할지, 독립할지, 결혼·출산·주택 마련 등 계획에 따라 필요한 자금이 달라진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재무 계획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라이프 플랜을 점검해야 한다.”
-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 형성 수단으로 ‘신(新) NISA’를 추천하고 있다.
“그렇다. 특히 글로벌 인덱스 펀드에 장기 투자할 경우에 연 평균 3~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매월 2만 엔씩 20년 간 꾸준히 투자하는 경우를 보자. 연 3% 수익률을 가정하면 약 655만 엔(총 원금 480만 엔 + 수익 약 175만 엔), 연 7% 수익률일 경우 약 1021만 엔(수익 약 541만 엔)에 이른다. 이처럼 복리의 힘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신 NISA는 장기 자산 형성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 최근에 <60세부터 돈을 똑똑하게 굴리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
“수입이 줄어드는 60대 이후에는 단순한 저축이 아닌 ‘어떻게 쓸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저축과 투자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돈을 현명하게 쓰는 법이나 자산을 계획적으로 인출하는 방법, 연금 수령 방식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 책은 퇴직 후에도 자산을 지혜롭게 유지하며 웰빙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가이드북이다.”
- 금융 이해력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
“많은 사람들이 유족연금, 고액의료비제도(본인부담상한제)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금융 이해력은 인생 후반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다. 금융 웰빙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제한다. 둘째, 불안보다 기대를 갖고 미래를 설계한다. 셋째, 돈을 경험과 의미 있는 소비에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와의 인터뷰를 끝낸 후 ‘삶을 충분히 살기 위한 자산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고 싶은 일은 제쳐두고 돈을 모으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인생의 황혼이 너무 빨리 찾아올 수 있으며 실제로 평생 모은 돈을 다 쓰고 떠나는 이는 많지 않다고 했다. 신 교수는 “진정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삶 자체가 풍요로운 인생’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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