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신간] 박민수 <혈관력>
2025-05-30

생화학자인 저자 캐서린 리드는 자폐증 딸을 둔 엄마다. 그는 30대 후반에 낳은 딸이 세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자 건강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여러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염증’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면 흔히 ‘MSG’로 알려진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과 유리 글루타메이트(free glutamate)를 우리 식단에서 치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우리의 일상 식단에서 글루타메이트 양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질병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 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집에서 요리할 때 조금씩 넣는 ‘양념 같은 MSG’가 아니라, 가공식품 생산공장에서 제조과정에서 빠짐 없이 첨가되어 우리 입맛을 길들이고 있는 엄청난 양의 글루타메이트를 겨냥한다.
현재 전 세계 MSG 생산량은 2022년 기준 350만 톤에 달한다. 50년 전인 1973년에만 해도 1만 3000톤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각종 식품과 음료 등 다양한 음식물에 들어가면서 엄청나게 소비되고 있다. 중독성이 워낙 강해 좀처럼 거리두기가 어렵다. 하지만 글루타메이트는 자폐증과 ADHD, 발달 지연 같은 소화질환 뿐만아니라 소아집단에서 나타나는 불안과 우울증 등 기분장애 발병률을 높여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저자도 처음에는 마그네슘이나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보충제에 의존했다. 그러다 영양소가 풍부한 스무디에 보충제를 섞어 마시면서 딸의 행동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을 목도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식단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체내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연구하게 된다.
그 결과 ‘REID 프로토콜’이라는 식이요법 및 생활방식이 만들어졌다. REID란 Reduced Excitatory inflammatory Diet의 약어로 ‘흥분성 염증 감소 식단’을 말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식단에서 유리 글루타메이트만 빼면 그만이다. 당장 실행에 들어간 그는 냉장고에서 소스와 조미료, 드레싱, 스프, 육수 등 모든 포장 식품을 정리했다. 그리고 견과류 버터와 브로컬리 중심으로 식단을 완전히 바꾸었다.
저자는 우리 인체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해 흥분독소를 유발하는 이 MSG가 만성 염증성 질환은 물론 ADHD나 자폐 스펙트럼, 암, 비만, 당뇨병을 유발하고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다발성 경화증 같은 신경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원흉이라고 지목했다. 모든 염증성 질환의 중심에 MSG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초가공식품에 녹아 있는 MSG가 연일 우리 뇌를 공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공식품이 건강을 해치는 근본적인 원인이, 단순히 식품에 첨가된 설탕이나 지방 뿐만 아니라 ‘글루타메이트’의 함량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이것이 음식을 감칠맛 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가수분해 효모 추출물’, ‘가수분해 단백질’, 심지어 천연 향료 같은 건강해 보이는 성분으로 식품 라벨에 버젓이 표기되어 소비자들을 혼동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그 수 많은 가공식품에 첨가된 글루타메이트가 우리 몸 속에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뇌에 쾌락 신호를 보낸다는 뜻이다. 글루타메이트가 그 자체로는 해롭지 않지만,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조절 불균형 상태에 이를 수 있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비만이나 당뇨병, 만선 염증, 자폐증, 중독, 암 같은 질환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우리 식단에서 가공식품을 자연식품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유기농 채소로 구성된 식물성 식단이면 더 바람직 하다고 했다. 국가에서도 가공식품에 대한 식이 기준을 세우고, 무엇보다 식품 라벨에 글루타메이트의 함량을 모두 공개하도록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산업의 이익 때문에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의 건강을 위해선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REID 식단’이 영양과 해독을 동시에 잡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증 줄이기, 채소 섬유질 섭취하기, 음식의 출처와 제조 과정 알기 등 염증과 만성질환을 치유하는 6단계 식이 혁명 프로그램과 기적의 7일 식단과 구체 레시피도 소개했다.
이 책은 저자가 엄마의 입장에서 직접 탐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다. 글루타메이트 섭취를 줄임으로써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만성 건강문제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만큼, 가공식품을 피하고 자연식품 whole food 중심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그의 주장을 흘려들어선 안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그가 제시한 방법 들도 눈여겨 보았다가 실천할 것울 권한다. 식품 라벨을 읽는 방법, 숨겨진 글루타메이트를 찾아내는 방법, 건강한 대안 식품들을 선택하는 방법 등은 평소 가공식품을 고르거나 음식물을 선택할 때 미리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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