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졸립다면… '웹어스 졸음 체크리스트’로 체크해 보세요
2025-09-30

‘건강한 잠’, ‘좋은 잠’에 관한 정의는 일정치 않다. 하지만 많은 수면 전문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잘 자면서, 일어나 개운함을 느낀다면 건강한 잠 혹은 ‘숙면’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잠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됨을 알기에 모두가 이런 잠을 원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잠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오해가 넘쳐난다. 극히 개인적인, 혹은 속설이 정설로 둔갑해 오히려 좋은 잠 습관을 해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귀가 얇아져 노후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다. 잠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와 속설, 나아가 숙면의 해법을 수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풀어보자.
◇ 잠이 부족하면 치매나 뇌졸중에 걸리기 쉽다?
일반적으로 최적의 수면 시간은 하루 7~8시간이다. 그런데 7959명 유럽인의 건강 지표를 2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50대와 60대 중 평균 6시간 미만을 자는 사람은 7시간을 자는 사람들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1.22~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70대에 지속적으로 잠을 적게 자면 치매 위험성이 30%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 같은 불면의 원인 질환들이 체내 산소포화도를 떨어트려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 잠이 잘 안 올 때는 수면제 보다 알코올?
알코올은 진정제 성분이 있어, 뇌를 취하게 해 잠을 잘 들게 한다. 하지만 알코올이 대사되고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고 깊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리바운드 효과’가 나타나, 결국 중간에 잠을 깨우는 결과를 낳는다. 자다가 코를 골며 무호흡증이 생기는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더 유의해야 한다. 수면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는 뇌가 치매에 취약해져 오히려 건강한 수면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면제를 먹기 전에 수면제를 먹어야 하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가능하면 약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수면은 물론 건강에도 좋다.
◇ 이제는 건강보조제가 숙면의 특효?
‘멜라토닌’을 건강보조제로 먹으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멜라토닌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가능한 전문의약품이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면 사람을 졸리게 만들기는 한다. 그렇다고 잠을 못자는 사람이 더 오래, 더 깊게 자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연구가 충분치 않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불과 5.5분 밖에 줄여주지 못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수면의 양이나 질을 향상시켜 주기 보다는, 수면의 타이밍을 조정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낮잠은 저녁 잠을 방해해 숙면에 해롭다?
낮잠의 유용성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점심 후 꾸벅꾸벅 졸기 일쑤인 식곤증(食困症) 심한 사람들은 20~30분의 짧은 낮잠은 오후의 건강한 일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대에 낮잠을 자면 오히려 더 몸이 더 피곤해지고 두통을 앓는 체질의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낮잠도 잘 만 자면 건강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언제, 그리고 얼마나 자느냐에 따라 낮잠이 에너지를 올려 주고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낮잠을 30분 이상 자면 그날 밤 숙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니, 되도록 낮잠은 30분 미만으로 잘 것을 권고한다.

◇ 불면증은 밤에만 겪는 질환이다?
불면증은 24시간 질환이다. 낮에도 심리적 불편감을 겪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지장을 느끼는 사람들이 최대 15%에 이르며, 수면의 양이나 질에 대한 불만족감으로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람도 최대 18%에 달한다고 한다. 유사 불면증으로 ‘지연성 수면위상 증후군’이 있다. 내부의 생체시계가 지연되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하루하루를 지내는 상태를 말한다. 불면증 환자처럼 자주 깨지는 않지만, 본인이 원하는 일정에 맞게 잠을 자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녁형 인간’은 불면증에 취약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개개인의 생체리듬에 따라 불면증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 잠이 잘 오게 하는 음식이 따로 있다?
확실히 수면에 즉효인 음식은 없다. 다만, 평상시에 자주 섭취하면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 유도 음식으로는 대추가 꼽힌다. 우유에도 수면을 유도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과 함께 칼슘도 풍부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상추나 샐러리, 호두에도 멜라토닌이 많다. 잎에서 나오는 ‘락투세린’이 진정과 최면 효과가 있어 숙면에 도움을 준다. 파나 양파는 매운 향기가 나는 ‘알린’ 성분이 신경 안정 효과를 준다. 마그네슘이 많은 아몬드나 바나나와 함께 체리나 캐모마일 차, 키위, 그리고 각종 생선 등도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로 인정받고 있다.
◇ 수면에도 가성비가 있다?
‘수면은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있다. 수면에도 ‘가성비’가 있다는 말도 있다. 잠에 대한 가성비를 ‘수면 효율’이라고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 대비 실제로 잔 시간의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85% 정도면, 즉 8시간을 잔다고 했을 때 실제 취침 시간이 7시간 정도만 되어도 그 사람의 수면 상태는 건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질 높은 수면을 하려면 잠 드는 것을 방해하는 것 들을 멀리 치우는 것이 취침 전 루틴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점검하느라 자칫 신경이 쓰여 잠을 중간에 깨울 수 있다며, 알람 시계도 가능하면 손이 닿지 않는 것에 둘 것을 권고한다.

◇ 일어났을 때 개운해야 잘 잔 것일까?
물론 숙면을 취하고 개운한 정신으로 눈을 뜨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눈을 뜰 때 개운하지 않다고 해서, 잠을 잘 못 잤다고 일반화해 말하긴 힘들다. 대부분은 아침에 일어나 완전히 잠에서 깰 때까지 30분 정도는 피곤하고 멍한 상태를 느낀다. 이런 자연스러운 상태를 ‘수면 관성’, ‘수면 숙취’라고 부른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지 않다고 해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특히 ‘저녁형 인간’ 성향이 강할수록, 이런 수면 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아침의 개운함은 전적으로 개인적 차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 커피는 무조건 숙면에 안좋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숙면을 해치지 않으면서 커피를 현명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다고 수면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카페인이 우리 몸에 남아 있는 반감기는 일반적으로 5~6시간이라고 말한다. 즉, 커피를 마신 후 5~6시간이 지난 후에는 우리 몸 속에 반 정도의 카페인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낮에 먹은 커피는 밤에 잠 자는 것에 까지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잠자리에 들기 전 8.8시간 전 마시는 커피는 잠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고]
*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전문의. <매일숙면>
*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이의현·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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