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계자산 포트폴리오 변화’의 적기”
2025-10-27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가장 핫한 금융이슈 가운데 하나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다. 미국을 포함해 금융강국을 포방하는 여러 나라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금융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속속 마련하고 시행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못한데다 금융당국도 제도 시행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일반인들로서도 다소 생경한 개념이다. 이에 김인순 인사이트아웃 대표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그는 “최근의 성장 속도로 볼 때, 10년 이내에 기존 네트워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글로벌 통화질서를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이며 어떤 장점이 있는지, 반면에 어떤 우려점이 있는 지 등을 살펴보자.
◇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특정 준비자산에 가치를 고정시킨 암호화폐라고 할 수 있다. 달러나 금 같은 기초자산과 연동되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큰 다른 암호화폐보다 신뢰할 수 있는 교환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가격 안정성’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가격 변동성 탓에 결제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대부분 미국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연동된다. 결제·저축·송금에 적합하다. 일부는 다른 암호화폐나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민간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한다.
스테이블코인은 2014년에 테더(Tether)의 USDT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며 유통되다가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과 안정성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히 시장이 성장하며 이제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 스테이블코인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나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겠다’는 약속 아래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가치 고정(peg) 메커니즘이 사용된다.
먼저, 가장 흔한 것이 법정화폐 담보형(Fiat-collateralized)이다. 달러나 유로 같은 실제 화폐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예치하고 그 만큼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테더(USDT)나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1코인은 항상 1달러 가치로 환전 가능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안정적인 것은 물론 준비금의 투명성이 확보되어 신뢰가 높다.
두 번째는 암호자산 담보형(Crypto-collateralized)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형태다. 담보가치 변동에 대비해 초과 담보(Over- collateralization) 방식이 활용된다. 스테이블 코인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면 1.5달러 이상의 담보를 넣는 식이다. 하지만 암호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 담보 청산 위험이 따른다.
세 번째는 알고리즘 기반형(Algorithmic)이다. 준비금이 아니라 수학적 알고리즘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코인의 발행량을 자동 조절해 가격을 안정화하는 형태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줄면 코인을 소각해 가치를 1달러에 맞춘다. 준비금 없이 자동 프로그램이 발행량을 조절해 가격을 1달러 근처로 유지하는 형태다. 아직은 신뢰 기반이 약해 시장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김인순 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법정화폐 담보형은 신뢰성은 높지만 중앙화 문제가 발생하고, 암호자산 담보형은 탈중앙화 장점은 있지만 변동성 리스크가 큰 반면에 알고리즘형은 기술적 혁신이 있지만 가장 불안정하다는 특성이 있다”고 정리했다.
암호화폐 분석 회사인 피닉스의 2025년 8월 19일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 총액은 2887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이 7.45% 정도라고 한다.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Tether)의 USDT 시장점유율은 60.09%로 압도적이다.
◇ 스테이블코인, 과연 결제시장의 변곡점이 될까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혁신성과 법정화폐의 신뢰성을 동시에 가진 새로운 형태의 돈”이라며 “빠르고 저렴한 국제 결제를 가능하게 해, 은행 서비스에서 배제된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을 수용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한,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가치 변동성이 작아 거래와 보관이 편리하고, 국경을 넘어 송금할 때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블록체인 위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남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블록체인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거래 속도도 빨라지고 수수료까지 낮아지고 있는데다 단순 거래 추적에서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자동 모니터링까지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글로벌 결제망에게는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은행은 보통 1~3 영업일에 걸쳐 송금을 해야 하는데다 그 과정에서 누적되는 수수료와 복잡한 경로가 발목을 잡는다.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사람은 접근조차 어렵다. 대륙이나 국가별로 독자적인 결제망이 존재해 글로벌 통합 결제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0년간 글로벌 송금과 기업 결제 및 자동화 결제 등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면서, 빠르고 저렴하며 안전하고 포용적인 결제 수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런 와중에 스테이블코인 기술과 법 제도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금융결제망이 하루 5조~7조 달러 규모의 자금 이동을 처리하는 반면 블록체인상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2500억 달러 규모에 하루 200억~300억 달러의 결제만 지원한다. 여전히 전 세계 거래의 1% 미만이다. 하지만 최근 4년간 거래 규모가 10배 이상 성장한 성장 속도로 볼 때, 10년 이내에 기존 네트워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제도권으로 들어온 스테이블코인
김 대표는 “2025년이 스테이블코인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규제체계를 명확화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18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지니어스(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에 서명했다. 글로벌 가상 자산과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법안이었다.
미국 하원도 특별 입법기간 중 클래리티 법안(디지털 자산 명확화 법안)과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곧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등 디지털 자산 규제를 체계화 함을 의미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과 금융 시장에서 미국 주도권을 강화할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 의회를 통과한 GENIUS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100% 현금성 준비금 보유, 정기적 감사,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준수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안정성과 금융시스템 리스크 차단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금 형태로 달러 국채에 투자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서클, 코인베이스 같은 민간 발행사가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해 기존 금융 인프라 내에서 합법적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 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속속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에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채택하고 2024년부터 단계 시행 중이다. 영국도 2023년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을 법정 결제수단에 포함시켰다.
일본은 앞서 2022년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싱가포르도 ‘지불 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아직 별도의 스테이블코인 전용 법률이 없다.
현재 국회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예금 기반을 약화시키고 통화정책을 훼손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다. 김 대표는 “산업계에서는 국내 은행과 카드사, 핀테크 기업이 수백 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 스테이블코인도 리스크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가치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디페깅’(가치 이탈)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했을 때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화폐이기 때문에 개인키 탈취, 지갑 해킹 등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이버공격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탈취되거나 개인키가 유출되면 막대한 재무적 손실과 법적 책임, 이용자 신뢰 상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오류나 프로토콜 결함으로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민간기업이 발행하므로 내부 보안 위협 가능성도 있다.
김인순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예금처럼 안전하지 않다”면서 “자금 세탁이나 불법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여전히 큰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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