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생활법률] 보증금반환청구권 상실... 책임은 누구에게?

박성훈 기자 2025-10-02 16:38:5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인중개사가 대리인의 권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상실할 경우 그 책임은 중개업자가 져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항고부가 지난 달 25일 2013나79810 손해배상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내용이다. 부동산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가 관련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자세하게 전해준다.

-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 달라.

“2009년 5월에 A씨가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집주인 C씨 소유의 아파트를 임차하기로 했다. 그런데 제3자인 E씨가 집주인 C씨의 대리인이라며 나타나 계약을 진행했다. A씨는 E씨에게 보증금 2억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입주했다. 그런데 2년 뒤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 받으려다 E씨가 집주인 C씨로부터 정식 권한을 받지 않은 가짜 대리인이었다는 사실을 A씨가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C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 법원 판결은 어떠했나.

“법원은 E씨에게는 C씨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C씨와는 애초에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법원은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중개업자에게는 대리인이 진정한 대리인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B씨는 E씨가 대리권을 받았는지 집주인 C씨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인감도장과 위임장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 중개업자가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중개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B씨는 C씨의 인감도장과 위임장, 인감증명서도 없이 E씨의 말만 믿고 계약을 중개했다. 심지어 잔금 지급일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으면서도,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인감도장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리인에 의해 체결되는 계약을 중개하는 경우에는 그 대리인이 진정한 대리인인지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개업자의 명백한 과실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 그렇다면 의뢰인의 보증금반환창구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의뢰인은 중개업자를 믿고 계약한 것이다. 그런데 대리인이 가짜였던 탓에 집주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번 판결은, 중개업자가 형식적으로 서류만 확인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특히 대리인이 나서는 거래에서는 반드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사건이다.”

- 그러면 모든 책임을 중개업자가 져야 하나.

“법원은 A씨에게도 대리권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중개업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B씨는 1억 1000만 원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제 한도인 1억 원을 배상하게 되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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